함께 여행을 가기로 한 친구는 여행전문가도 동참한다면 여행이 더 즐거울 것이라 했다. 인천공항 여행사 전용 미팅테이블에 도착했을 때 친구는 면세점 순례를 위해 미리 들어가 버리고 나는 여행전문가라는 여행 동참자와 탑승구 게이트 커피숍에서 인사를 나눴다. 그녀의 영어 이름은 ‘스잔’. 짙은 화장과 명품으로 휘감은 그녀의 화려함이 지나쳐 함께 있는 나 자신조차 주변 사람들의 시선에 불편했지만 경쾌하고 거침없는 그녀의 말투가 예쁘지도, 그렇다고 밉지도 않았다. 11시간의 비행시간을 견디고 이스탄불 공항에 도착했을 때 그녀는 흩어진 머리와 얼룩진 화장의 모습에도 불구하고 명품 스카프와 머리에 선글라스를 올려 잔뜩 멋을 부렸다. 방학기간 중 해외여행을 이미 두 곳이나 다녀왔다며 이번 여행은 짝퉁 명품을 사기 위해서라고부끄럼없이 이야기한다. 각기 다른 여행 목적을 지닌 사람들은 대부분 부부와 연인으로 우리처럼 여자 4명이 함께 온 팀은 없었다. 4명이 한 테이블에서 식사를 하고 둘씩 룸에서 잠을 자며 여행지를 돌아다니고 수없이 사진을 찍어대느라 다른 사람들에게는 관심이 없었다. 여행 2일차, 호텔 뷔페에서 음식을 담아 자리에 도착하니 누군가 우리 테이블에 합석해 있었다
12월 초순인데 날카롭게 차가운 한기에 온몸을 태아의 형상으로 웅크려 이불 속으로 파고들었다. 결혼 2년차 동생 부부를 위해 퇴근 후에도 없는 약속을 만들고 늦게 집으로 가려고 노력하던 나는 어쩔 수 없이 집으로 향했다. 오늘은 누구와도 저녁시간을 함께 보내며 외롭다, 아프다 말하는 것도 초라해 보일까 싫어 저녁밥도 먹지 않고 집으로 오는 길에 온몸이 떨리고 감기몸살인 듯 끙끙 앓는 소리가 입 밖으로 절로 튀어 나왔다. “언니 밥 먹었어?”라는 물음에 “응”이라고 짧게 대답하고 방으로 들어와 몸을 웅크리며 두꺼운 이불을 덮었지만 추위는 가시지 않았다. 콕 집어 어느 부위가 아픈지 어떻게 아픈지 알 수 없었지만 그냥 아팠다. 한참을 이불 속에서 앓다가 동생 내외가 잠에서 깰까 조심스럽게 거실로 나와 약통을 찾았지만 오래된 마이신과 소화제뿐이었다. 배고픔으로 현기증까지 날 정도여서 무엇이든 먹어야 했다. 냄비 속엔 짙은 녹색의 완두스프가 있었다. 소리를 죽여 스프를 데웠다. 데워진 스프에 생크림을 넣고 볼에 담아 두 손으로 스프 볼을 감싸 안고 있으니 몸이 녹는 듯하며 따뜻하고 부드러운 스프가 목을 넘어갈 때 두 눈이 스르르 감겼다. 단맛은 없었지만 생크림의 부
“하늘이 사랑에 빠져 이토록 청명한 것일까? 태양이 사랑에 빠져 영롱한 빛을 내고 바다가 사랑에 빠져 파도 소리를 내고 산과 땅이 사랑해 나무와 풀을 자라게 하네. 이 좋은 계절, 이 좋은 사람과 함께 잠을 자고 함께 눈을 뜨면 내 앞에 태양이 있네.” *거의 창작에 가까운 멜로디와 가사로 아침을 열어주는 오바드(Aubade; 아침의 음악’ 이라는 뜻으로 세레나데와 반대되는 말). 어느 모임의 자리에서 와인 잔을 채우며 연신 즐거운 대화를 할 때 그의 깊은 눈을 훔쳐봤다. 뜨거운 팬에 구워진 갈릭 버터 쉬림프 향이 그와 같았다. 버터, 마늘, 새우 각각의 향을 고스란히 가지며 조화롭게 어우러져 뜨거운 향까지 맛을 더해 정신이 혼미했는지도 모른다. 뜨거운 팬에 오렌지 빛으로 구워진 새우가 동그랗게 허리를 구부리고 그의 눈과 영혼을 탐하고 있었다. 말초신경에는 사루비아 꿀 같은 갈릭 즙이 나오고 풍성한 언어의 마술을 부르게 하는 버터 향이 새우에 사랑의 옷을 입혀줬다. 약간 탄 듯한 브라운의 색감은 완숙한 맛을 만들어주고 주변의 흩어진 양념은 풍요로움을 느끼게 했다. 새우를 입에 넣으면 따뜻한 온기가 온 입안을 가득 채워 눈이 스르르 절로 감긴다. 그런 그녀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