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 특산물로 만든 전통주부터 레트로한 감성이 녹아든 공간까지. MZ세대에게 더 이상 ‘로컬’은 고리타분하게 느껴지는 단어가 아니다.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지역의 특색이 담긴 공간이나 관광, 식품 등이 ‘힙’하다고 느끼는 ‘로컬 힙’ 트렌드가 대두하면서 국내 여행의 트렌드도 변화하고 있다. 지난 1월, 한국관광공사는 ‘2023 관광 트렌드’에서 첫번째 키워드로 ‘로컬관광(Meet the local)’을 제시했다. 조사에 따르면 로컬관광에 대한 의향은 Z세대(96~07년생), X세대(65~80년생), 영밀레니얼세대(90~95년생)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MZ세대를 중심으로 ‘로컬 힙’ 문화가 대두하면서 로컬관광에 대한 수요도 높아지는 셈이다. 이와 함께 지역의 특색과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이 로컬 여행의 핵심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복합문화공간이란 한 공간 안에서 여러가지 문화 콘텐츠를 향유할 수 있는 플랫폼을 통칭한다. 최근에는 지역의 유휴공간으로 여겨졌던 장소가 다양한 문화와 결합하면서 로컬관광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대두되고 있다. 서울 종로구 익선동 한옥 마을에 위치한 도시문화 플랫폼 ‘루프스테이션 익선’이 바로 대표적인 예시다.
“사람이 온다는 건 /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학교가 광화문 인근에 있었던 터라 그곳을 몇 년간 수도 없이 지나다녔다. 그리고 언제였는지 자세히 기억은 안 나지만 정현종 시인의 시 ‘방문객’의 구절이 광화문 한복판에서 눈에 들어왔고, 한 사람이 지닌 가치를 ‘일생’이란 단어로 표현한 방문객은 그 후로부터 마음 한 켠에 남아있는 시가 됐다. 서울프린스호텔의 ‘소설가의 방’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이번 달엔 문화예술 콘텐츠를 취재했다. 언젠가부터 호텔을 당연하게 수식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서 호텔이 과연 어떤 공간이고, 호텔에서 담고 있는 ‘문화’란 것은 무엇인지 궁금했던터였다. 그리고 취재를 하면서 수많은 시민들에게 울림을 줬던 광화문 글판이 1991년도부터 매년 네 번씩 옷을 갈아입어왔고, 그 글귀는 ‘광화문글판 문안선정위원회’가 시민들의 공모작과 선정위원들이 발굴한 추천작을 두고 여러 차례의 투표와 토론을 거친 끝에 광화문을 장식하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렇게 광화문 글판은 1990년대 말 IMF 외환위기, 2002년 한일 월드컵과 여러 차례의 촛불 시위 등에서부터 지금의 코로나19까지 서울 시민의 곡절을 함께 지켜
내국인 호캉스 열풍이 식을 줄 모르면서 호텔의 콘텐츠들이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치열하던 경쟁 속에 내국인으로 한정돼 버린 수요로 인해 호텔들이 더 새롭고, 더 의미 있는 가치를 전달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많은 호텔이 다양한 경험과 라이프 스타일을 제공하는 ‘복합문화공간’을 표방하며 다채로운 문화마케팅을 전개, 콘텐츠로 활용하는 문화예술의 범위가 점점 넓어지고 있다. 이제는 단순히 공연을 하거나 미술품을 전시하는 것에서 나아가 각종 문화행사를 후원하거나 지원하며 문화예술의 프리미엄 가치를 드높이고, 동시에 문화기업으로 브랜딩하는 등 적극적인 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앞으로 기업 브랜딩과 마케팅에 있어 스토리텔링보다 한 단계 더 발전된 내러티브의 완성도가 핵심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호텔의 가치는 물론, 고객의 경험과 감성을 극대화하기 좋은 재료인 문화예술 콘텐츠를 차별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경쟁우위 확보의 핵심 전략이 되고 있다. 우리 호텔만의 내러티브를 빛내줄 문화예술 콘텐츠, 어떻게 접목해야 할까? 기업과 예술문화의 만남 기업성과와 소비자만족, 사회복지의 세 마리 토끼 잡아 문화마케팅 활
이탈리에는 ‘알베르고 디푸소(Albergo Diffuso)’라는 동네에 산재된 형태의 호텔이 있다. 인구가 줄면서 황폐해져 가던 이탈리아의 한 시골 마을에서 빈 집들을 호텔로 레노베이션하게 됐는데, 이를 통해 동네 자체가 하나의 연계된 호텔이자 관광지로 만들어진 것이다. 이탈리아를 사랑한 일본의 한 건축가는 도쿄의 대표적인 서민 마을(시타마치, 下町)에 일본식 알베르고 디푸소를 구현해 국내외 관광객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명소로 만들어냈다. 오래돼서 삐그덕 거리는 목조 건물은 어떻게 호텔이 됐고, 왜 사람들은 굳이 이곳을 찾는 것일까. 왜 별것 없는 서민 동네에서 사람들은 보물찾기하듯 설레는 표정으로 즐기고 있을까. 날씨가 제법 차가웠던 겨울의 주말, 우리 가족은 이곳을 찾았고 필자의 딸아이는 이곳에 또 오고 싶다고 했다. 아이는 이곳의 매력을 알아버린 것이다. 무너지기 직전의 목조 아파트 ‘하기소(萩荘)’에서 복합문화공간 ‘하기소(HAGISO)’로 300년 전부터 도쿄 다이토구(台東区)의 야나카(谷中)에는 이 지역을 대표하는 소우린지(宗林寺)라는 절이 있었다. 이 절의 경내에는 특히 ‘하기(萩)’라는 싸리나무가 많이 심어져 있었고, 그 때문에 도쿄 토박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