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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리조트

[전복선의 Hospitality Management in Japan]서민 동네에 활력을 부르는 복합문화공간 ‘하기소(HAGISO)’ & 분산형 호텔 ‘하나레(Hanare)’


이탈리에는 알베르고 디푸소(Albergo Diffuso)’라는 동네에 산재된 형태의 호텔이 있다. 인구가 줄면서 황폐해져 가던 이탈리아의 한 시골 마을에서 빈 집들을 호텔로 레노베이션하게 됐는데, 이를 통해 동네 자체가 하나의 연계된 호텔이자 관광지로 만들어진 것이다.

이탈리아를 사랑한 일본의 한 건축가는 도쿄의 대표적인 서민 마을(시타마치, 下町)에 일본식 알베르고 디푸소를 구현해 국내외 관광객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명소로 만들어냈다. 오래돼서 삐그덕 거리는 목조 건물은 어떻게 호텔이 됐고, 왜 사람들은 굳이 이곳을 찾는 것일까. 왜 별것 없는 서민 동네에서 사람들은 보물찾기하듯 설레는 표정으로 즐기고 있을까. 날씨가 제법 차가웠던 겨울의 주말, 우리 가족은 이곳을 찾았고 필자의 딸아이는 이곳에 또 오고 싶다고 했다. 아이는 이곳의 매력을 알아버린 것이다.




무너지기 직전의 목조 아파트 하기소(萩荘)’에서

복합문화공간 하기소(HAGISO)’

300년 전부터 도쿄 다이토구(台東区)의 야나카(谷中)에는 이 지역을 대표하는 소우린지(宗林寺)라는 절이 있었다. 이 절의 경내에는 특히 하기()’라는 싸리나무가 많이 심어져 있었고, 그 때문에 도쿄 토박이들에게 이곳 야나카는 싸리나무 동네로 인식돼 있었다. 그리고 이 절 바로 옆에는 이 동네의 특징을 담은 이름의 작은 목조 아파트 하기소(萩荘)’가 있었다. 1955년 문을 연 하기소는 특히 이 동네에 캠퍼스를 둔 도쿄예술대학 학생들의 자취집으로 오랫동안 사랑받아 왔다.

그리고 약 56년이 흐른 2011, 하기소는 시설의 노후화로 해체될 운명에 처하게 됏다. 이곳에서 대학시절을 보낸 많은 작가와 화가들은 하기소의 소식을 전해 듣고 아쉬운 마음에 자신들의 작품을 모아 이곳에서 하기엔나레 2012’라는 이벤트를 열었다. 그런데, 이 이벤트가 열린 2주 동안 1500명의 관람객이 시타마치의 작은 목조 아파트를 찾았다. 이미 수명을 다한 하기소가 연일 이어지는 사람들로 인해 무너지지는 않을까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올 정도였다고 한다. 그리고 이러한 사람들의 관심과 방문은, 해체되고 주차장으로 변할 뻔한 하기소의 운명을 바꿨다.

운명을 바꾼 주인공은 이탈리아 여행에서 돌아온 건축가, 미야자키 미츠요시(宮崎晃吉)였다. 그는 학생들과 함께 아이디어를 내 하기소를 2013년 동네의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이름도 한자표기의 하기소(萩荘)에서 영문표기 하기소(HAGISO)로 바꿨다.


   

 

   



갤러리, 카페, 숙박 시설까지 온 동네가 호텔이 되다.

특별할 것 없는 서민형 주택가 한켠에 자리한 검은색 외관의 건물이 심상치 않아 보인다. 하기소 안으로 들어서면 내부는 더 범상치 않다. 자연스럽게 구획된 한쪽 코너는 하기 아트(HAGI ART)’라는 갤러리고 그곳을 감상하면서 커피나 식사를 즐길 수 있는 다른 한쪽은 하기 카페(HAGI CAFÉ)’. 하기 아트는 도쿄예술대학의 작가 지망생들을 비롯해 젊은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갤러리 공간이다. 이 공간을 만든 전문 큐레이터에 의해 엄선된 작품이 3주마다 지속적으로 전시되고, 동시에 춤과 음악 공연, 워크숍 및 영화 상영 등의 공간으로 활용된다. 이곳의 전시 스케줄은 이미 1년 후까지 예약이 꽉 차 있다고 한다. 하기 카페는 나무의 온기가 넘치는 편안한 카페로, 원래 목조 아파트였을 당시에는 하기소의 주민들이 모여서 같이 휴식을 취하는 거실이었고, 학생들이 셰어 하우스로 사용했을 때에는 그들의 휴식처였다. 바로 그곳이 카페로 새롭게 태어난 것이다. 그 후, 이 카페는 평일이나 휴일에 관계없이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야나카의 명소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갤러리와 카페를 갖춘 복합문화시설로로 재탄생한 야나카 지역에는 한가지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지역이 쇠퇴하자 빈집이 증가하게 된 것이었다. 지역은 피폐해지는 가운데 하기소 한 곳만 북적이는 이질적인 현상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 문제에 주목한 건축가 미야자키는 이탈리아 여행에서 경험한 분산형 숙박시설인 알베르고 디푸소를 야나카 지역에 도입해 지역 전체를 숙박시설, 문화시설 등의 융합 공간으로 만들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그러면서 하기소를 중심으로 한 야나카의 분산형 숙박시설 하나레(Hanare)’의 구상을 바탕으로 실행에 착수했다. 실제로 미야자키가 구상하고 실천한 분산형 숙박시설인 하나레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분산형 숙박시설 하나레의 구성>

 

야나카 지역의 빈집들을 리모델링해서 만든 분산형 호텔 Hanare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먼저하기소를 찾아가 체크인한다. 체크인을 하면 야나카 지역의 지도와 티켓을 받게 되고, 숙박객이 원하면 도쿄를 대표하는 디자인 자전거인 ‘Tokyo Bike’의 자전거를 빌려서 지정 받은 호텔까지 갈 수 있다. 자신이 묵는 집에 도착하고 짐을 푼 숙박객들은 자전거를 타거나 걸어서 야나카라는 동네에서 경험할 수 있는 일본의 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 그리고 휴식이 필요해지면 야나카 지역에 있는 6곳의 목욕탕 중 어느 곳이든 찾아가서 여행에 지친 피로를 푼다. 목욕 후 찾아온 허기는 야나카 지역의 골목 식당에서 채울 수 있다. 일반적인 호텔과 달리 분산형 호텔은 동네 여기저기에 목욕탕, 가게, 식당 그리고 각종 편의시설이 산재되어 있어, 이곳을 찾는 숙박객은 계속적인 자극을 얻으면서 동네를 탐방하게 된다. 마치 보물찾기라도 하는 기분으로 야나카 지역의 구석구석을 찾아다니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숙소로 다시 돌아오면, 50년 전에 지어진 집의 정취가 그대로 느껴지는 소박한 공간에서 동네를 산책하며 사 온 주전부리와 맥주를 마시며 일본의 시타마치의 분위기를 음미한다. 하나레의 영업 초기에는 일본의 젊은 층이 대부분이었지만 진짜 일본스러운 동네와 집을 체험할 수 있다는 입소문을 타고 지금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고 있다. 신발을 벗고 2층에 올라가 의자도 없는 타다미 방에서 지내는 것이 힘들 법도 한데 오히려 그러한 일본스러운 체험을 경험하고자 찾는 관광객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한다.

그렇게 하나레에서 하룻밤을 자고 나면 다시 하기소를 찾아 하기 카페서 조식을 먹는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와 아침 뷔페를 먹는 것이 일반적인 호텔에서의 일상이라면, 이곳에서는 아침에 동네를 산책한 후 조식을 먹는 것이 자연스럽다.


   



쇠퇴하던 동네에 활력을 불어넣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바로 숙박객들이 체크인부터 조식을 먹고 체크아웃하기까지 움직이는 동선과 분산형 숙박시설의 수익이 지역경제의 활성화를 이끌어내고 있다는 점이다. 흔히 호텔이 지어지면, 호텔 안에서 소비가 완결돼 지역 전체의 경기와 연동되는 경우는 드물다. <호텔앤레스토랑.에 소개한 바 있는 호시노 리조트의 OMO5처럼 호텔이 의도적인 기획을 통해 지역의 상권과 접점을 만드는 경우도 있지만, 대다수의 호텔들은 레스토랑 같은 모든 부대 시설을 호텔 안에 두고 있기 때문에 호텔에 숙박하는 고객들에게 지역은 그다지 중요한 의미를 갖지 않는다. 하지만, 분산형 숙박시설은 숙박객이 지속적으로 동네를 움직이기 때문에 호텔만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동네의 가게들이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내고 있다. 식당, 자전거 렌털 가게, 기념품 가게 등 모든 가게가 제각각 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만들어 둔 것이다. 바로 분산형 호텔이 이뤄낸 지역과 호텔의 상생의 이상적인 형태라고 할 수 있다.


분산형 호텔에서 중요한 것은 지역의 진정성

최근 하나레의 성공 사례가 알려지면서, 일본에서는 분산형 호텔이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일본에서 마을 전체가 외부 손님을 맞이하는 사업을 전개하는 단체인 일본 마치카도 협회(日本まちやど協会)를 중심으로 니가타(新潟), 카가와香川등의 지역을 중심으로 분산형 호텔을 만들어 상점, 식당 등의 재생을 도모하는 사업 검토 중이다. 그리고 일부 지자체에서는 공공기관이 빈집을 사들여 분산형 호텔을 만들려고 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분산형 호텔의 모델로 하나레를 참고할 때 성공이라는 결과보다 그 원인을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그 성공의 배경에는 바로 민간 주도의 자유로운 발상으로 시작됐다는 점, 동시에 도쿄예술대학이라는 인근 대학과 지역과의 오랜 관계에서 형성된 콘텐츠와 인적 자산이라는 요소가 좋은 시너지를 만들 수 있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실 하나레의 숙박시설만 보더라도 이는 여느 비즈니스 호텔보다도 초라하다. 하지만, 숙박시설이 놓여진 지역의 콘텐츠는 그러한 초라함을 오히려 즐기도록 만들어 준다. , 거대한 자본이나 행정기관의 의도적인 프로젝트가 아니라, 지역의 상권과 거주하는 사람들, 그리고 지역의 추억을 공유하는 이들이 그 가치를 극대화하고자 만들어 낸 자연스러운 도전이 성공을 이끌어냈다고 할 수 있다.


   


   


진짜 소소한 감정이 살아나는 곳

자신의 마음에 드는 곳이 있으면 꼭 다시 오자고 말하는 필자의 딸은 하기소에서 점심을 먹으면서, 마을 상점가가 내려다보이는 언덕 계단을 오르면서, 또 마을 어귀의 카페에서 머핀을 먹으면서 세 번이나 이 동네에 또 오고 싶다는 말을 했다. 이 아이가 오래된 묵가게를 보면서 묘한 옛날 향수를 떠올린다던가 오래된 상점들 사이에서 보통 아닌 감각이지만 자연스럽게 이곳에 녹아든 세련된 인테리어를 구분해내는 안목은 있을리 없지만 흥하는 곳에서 느껴지는 생동감 있는 에너지를 받은 것은 분명해 보였다.

오래된 건물의 삐그덕 거리는 계단을 오르내리고, 문과 문지방의 합이 정확히 맞지 않는 미닫이 문을 열어보고, 왠지 이 동네 주민일 것 같은 카페의 아주머니가 엄마랑 닮았네하고 정답게 말을 거는 이곳의 매력은 바로 이런 진짜 소소한 감성들이 솟아나는 것이었다. 우리나라에도 오래된 건물을 레노베이션해서 카페로 만든다던지, ‘00 하는 식으로 서민동네가 핫한 상점가로 변신하는 경우가 많이 늘었다. 물론 이것도 반가운 일이기는 하나, 인스타나 유투브 같은 SNS의 배경이 되기 위해 단순히 감성적인 인테리어에만 치중하는 것은 진짜 소소한 감정을 불러일으키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지역의 스토리, 그리고 그 안에서 맺어진 관계에서 만들어낸 진짜 감성이 더해져야 그곳은 더 큰 힘을 갖고 사람들을 불러들일 수 있을 것이다.




전복선 Tokyo Correspondent
럭셔리 매거진 ‘HAUTE 오뜨’에서 3년간 라이프스타일에 관련된 다양한 분야에서 취재경험을 쌓은 뒤, KBS 작가로서 TV프로그램을 만들면서 인쇄매체에 이어 방송매체로 그 영역을 확장했다. 그 후 부산의 Hotel Nongshim에서 마케팅 파트장이 되기까지 약 10년 동안 홍보와 마케팅 분야의 커리어를 쌓았으며, 부산대학교 경영대학의 경영컨설팅 박사과정을 취득했다. 현재 도쿄에 거주 중이며, 다양한 매체의 칼럼리스트이자 호텔앤레스토랑의 일본 특파원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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