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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7 (토)

호텔&리조트

[Issue Hotelier] 세계 여성의 날을 축하하며 - 끝없는 용기와 영감을 주는 10명의 여성 호텔리어들 (上)

 

3월 8일은 여성의 지위 향상과 권익 보호를 위해 UN이 지정한 ‘세계 여성의 날(International Women’s Day)’이다. UN 여성기구는 1996년부터 매해 주제를 공표해 오고 있다. 2024년 캠페인 표어는 ‘여성에게 투자하자: 진보의 가속(Invest in Women: Accelerate Progress)’으로, 성평등이 여전히 가장 큰 인권 과제로 존재하는 가운데 여성에 대한 투자는 포용적인 사회를 구축하기 위한 의무이자 초석임을 강조한다.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은 매년 3월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 국내 메리어트에 근무하는 여성직원을 대상으로 클러스터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하고 축하하는 목적은 우리사회가 얼마나 성 평등을 가속화했고 다양성을 강화했는지 한발짝 물러서서 반추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데 있다.

 

<호텔앤레스토랑>에서는 3월호와 4월호에 걸쳐 호텔업계의 다양한 파트에서 개인의 역량을 빛내고 있는 10인의 여성 호텔리어를 만나봤다.

 

일러스트_ 김나현 

 

 메이필드호텔 서울 이금희 한식수석조리장 

“현장 안팎의 힘듦 어루만져 줄 수 있는 어머니 리더십 필요”

 

 

1988년 롯데호텔 한식당 무궁화를 시작으로 33년간 한식의 맥을 이어가고 있는 그는 국내 특급호텔의 유일한 여성 조리장이다. 메이필드호텔과 함께 오픈한 봉래헌을 국내 대표 한정식당으로 만들겠다는 집념으로 좌고우면하지 않고 끌어온 결과, 봉래헌은 2007년 서울시로부터 자랑스러운 한국음식점으로 지정받았다. 또 2013년 미국의 레스토랑 전문지 자갓 서베이에 우수 한정식당으로 수록, 2014년도에는 한국관광공사 궁중음식 체험 식당으로 선정됐다. 이금희 한식수석조리장은 궁중음식의 우수성을 이끌며 한식문화의 세계화는 물론, 한식의 새로운 면모를 알리는데 기여하고 있다. 2022년에는 관광발전, 국민행복 및 고객만족, 업무혁신, 그리고 사회적 기여도 부문에서 공로를 인정받아 ‘제49회 관광의 날’ 기념식에서 국무총리 표창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금희 한식수석조리장은 “과거 남성 중심이었던 호텔 주방이, 최근 여성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고 느껴진다. 특히 한식은 여성 특유의 손맛과 섬세한 감각을 필요로 하는 분야임에 그 변화가 더욱 크다. 이런 변화는 후임 양성은 물론, 더 높은 퀄리티의 요리 개발, 나아가 한식의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 말했다.

 

호텔을 포함한 대부분 요식업계는 고강도의 업무 환경과 현장 안팎의 여러 이유로 후임 양성이 쉽지 않다. 즉, 꾸준하게 커리어를 이뤄가는 인재가 드물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이금희 한식수석조리장은 지금의 여성 인재들에게 ‘어머니 리더십’이 필요하며, 가족보다 오랜 시간 함께하는 주방에서 친근감, 포용력, 따스함 등 여성만이 발휘할 수 있는 공감과 이해를 통해 후배들이 제대로 된 요리사로 성장할 수 있도록 현장 안팎의 힘듦을 어루만져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그러는 동안 익힌 요리 노하우와 지식 전수는 다음 세대의 독창성과 만나 새로운 한식을 탄생시킬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서울드래곤시티 최영숙 IT팀장

“0과 1에 감성을 더해 고객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실행” 

 

 

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했으나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관심이 생겼던 그는 1988년 르네상스서울호텔 전산실에 개관멤버로 입사했다. 이후 2016년 서울드래곤시티의 오픈과 함께 IT팀에 합류해 3개 호텔, 4개 빌딩, 1700개 객실의 원활한 운영을 위한 시스템 통합관리를 이끈다. 기본적인 호텔 운영 시스템 설계 이외에도 최신 트렌드를 고려, 고객 만족도의 향상 목적으로 객실 내 크롬캐스트를 설치하고, QR 주문 시스템과 배송로봇 도입 등 다양한 시도를 이어오고 있다.  

 

입사 당시는 물론 최근 몇 년 전까지도 특급호텔 IT부서에 여성 직원은 드물었으며 현재도 남성 직원 비율이 현저히 높은 편이다. 남성 위주의 IT 부서에서 꾸준히 역량을 쌓은 결과 팀장으로 승진했다. 최영숙 팀장은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현재는 호텔 IT를 비롯해 모든 분야에서 여성 인재들이 활약하고 있지만, 사회생활을 시작했던 시기에는 여성 직원이 극히 드물었다. 외부에서 전산실 직원을 찾는 전화를 받았을 때 내가 전산실 직원이라고 답하면 남자 직원을 연결해 달라는 요청도 많았다.”며 과거 업계 분위기를 전했다. 또한 IT 파트에는 여성 직원이 드물었기에, 현장에서 PC 본체나 프린터기를 옮기고 각종 장비를 수리하는 모습을 생경하게 여긴 고객들이 직원들에게 누구냐고 작은 목소리로 물어본 적도 있다고 한다.

 

최영숙 팀장은 “IT는 0과 1이 기본인 다소 냉정한 이과의 영역에 해당하지만, IT에 트렌드와 감성, 그리고 고객의 니즈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자세가 더해지면 최고의 서비스를 실행할 수 있다.”고 말하며, 여성 인재들이 호텔업계의 IT 분야에서 활약할 수 있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부드러움과 단호함을 겸비한 여성 인재는 호텔 비즈니스의 모든 단계에서 역량을 발휘하고 있으며, 호텔의 강력한 경쟁력이자 중요한 자원으로 활약하고 있다. 호텔업계 여성 인재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 후배들을 위한 길을 터준 덕분에, 나를 포함한 여성 인재들이 업계에서 리더로서 활약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세계 여성의 날을 맞은 소감을 밝혔다. 

 

 

보코서울강남 이은아 세일즈&마케팅 팀장

“강인한 체력과 정신이 가장 중요” 

 

 

2005년 호주의 샹그릴라 호텔 더 마리나 케언스에서 프론트 에이전트로 호텔리어 경력을 시작한 그는 2006년 노보텔 앰배서더 독산 세일즈 & 마케팅부서에서 MICE 세일즈를 담당하며 호텔 판촉에 첫발을 내딛었다. 그후 노보텔 앰배서더 수원과 스위스 그랜드 호텔(구, 그랜드 힐튼 호텔),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타임스퀘어에서 세일즈 지배인을, 노보텔 앰배서더 대구에서 세일즈&마케팅 팀장을 지냈다. 2022년 보코서울강남의 세일즈 & 마케팅 팀장으로 IHG와 첫 인연을 시작했으며, 오픈 후 많은 성과를 내며 현재까지 호텔의 유일무이한 여성 리더로 입지를 다지고 있다. 최근에는 여성 세일즈 지배인이 활발하게 활동하지만, 과거에는 대부분 세일즈 부서에는 남성 지배인들 위주로 활동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업무에 대한 열정과 에너지가 크며, 판촉뿐 아니라 호텔 전반의 서비스와 운영에 대한 관심이 많은 그는 2023년부터 경희대학교 관광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통해 호텔 경영과 운영에 대해 보다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지식을 쌓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행복한 직원이 행복한 고객을 만든다는 신념을 가진 그는 감정노동 업무가 많은 호텔 직원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감정노동관리사와 리더십 지도사 등 다양한 전문 자격증을 취득했다.

 

한편 보다 나은 서비스의 제공을 위해 서비스강사와 이미지 메이킹 강사, 교류분석 전문가 등의 전문 자격증을 취득해 직원 서비스 교육에도 힘쓰고 있다. 호텔의 판촉 부서는 다수의 손님과 만나야 하고 유관부서와의 미팅이 많아 업무 강도가 높다. 원활한 행사 진행을 위해 고객들과 하루에도 수십 번 전화 통화를 하고, 늦은 시각이나 휴일에 업무를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업무를 하며 예상치 못한 돌발상황이 발생하거나, 계약이 무산되는 경우도 많이 있다. 이은아 팀장이 호텔 판촉 업무를 처음 시작했을 당시만 해도 여성 세일즈 지배인은 부서에서 10% 정도에 불과했다. 처음에는 열정적으로 시작했다가도 금방 체력이 떨어져 지치거나, 일과 가정을 돌보느라 정신적으로 스트레스가 많아져 중도에 포기하는 여성 세일즈 지배인들도 많았다고. 하지만 여성만이 할 수 있는 특유의 세심한 서비스가 고객의 마음을 움직였고 이는 고스란히 높은 실적으로 이어졌다. 이은아 팀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강인한 체력과 정신”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일과 개인 생활을 철저히 분리하고, 최대한 취미생활을 즐기라고 조언했다.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남대문 호텔 변혜진 세일즈 & 마케팅 지배인  

“여전히 성차별 인식 있어…   우리는 ‘아가씨’ 아닌 지배인” 

 

 

2016년 한화호텔앤드리조트(사이판 월드리조트)의 객실 예약팀에서 근무를 시작한 그는 몬드리안 서울 이태원 호텔을 거쳐, 2022년부터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남대문 호텔에서 세일즈 지배인으로 근무하고 있다. 대사관, 기업체, 여행사 등의 클라이언트를 상대로 호텔의 매출을 높이기 위해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일하는 변혜진 지배인은 2023년 3분기에 개인 세일즈 버젯(매출 목표)의 175%를 달성했다. 이로써 메리어트 인터내셔널 APEC(Asia Pacific excluding China) 지역에서는 53위(전체 인원 1249명), 한국 내에서는 9위를 차지해 ‘Sales Top Performer’ 상을 수상했다. 또한 2023년 개인 세일즈 버젯의 150% 이상을 달성하며 호텔 매출에 크게 기여했다.  

 

여러 업계에서 세일즈가 남성중심적인 특성이 강한 분야이나 최근 몇 년 간 호텔 세일즈의 경우 여성 직원이 더 많아지고 있다고 말한 변혜진 지배인은 “호텔에 처음 입사해 OTA와 FIT 패키지 예약 업무를 담당했는데, 목표 실적을 달성했을 때 많은 보람과 성취감을 느꼈다”며, 세일즈 업무를 시작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그는 “팬데믹 기간 당시 대사관 초청 행사로 스웨덴 지역의 대학교 단체 투숙객이 방문했는데,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했다. 당시에는 자가격리 기간이 일주일이라 투숙 연장을 위한 객실이 필요했다. 우리 호텔은 모든 객실이 차 있어 연장이 어려웠고, 세일즈 팀장과 함께 인근의 호텔을 직접 찾고, 투숙 가능한 호텔로 안내했다. 고객이 그때의 기억으로 지금까지도 내한 시에는 반드시 우리 호텔을 찾는다”며, 특별히 인상에 남는 에피소드를 전하기도 했다.

 

한편 변혜진 지배인은 직간접적으로 여성 호텔리어를 차별하고 무시하는 고객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던 적이 있다고 전했다. 한 고객사에서 유선상으로 ‘아가씨’라는 호칭을 사용한 것. 그는 ‘아가씨’가 아닌 지배인으로 정확히 호칭해달라 단호하고 명확하게 전하고 이를 바로잡았다. 여전히 성차별적인 인식과 함께 여성 호텔리어를 비하하는 표현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어, 앞으로도 한국 사회 전반의 인식 제고가 필요하다고 여긴다. 선택과 집중을 할 줄 아는 것, 외향적인 성격, 원활한 대내외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현재 세일즈 업무를 하며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전한 변혜진 매니저는 여성 호텔리어들이 좀더 적극적으로 내부 커뮤니케이션을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멘토링 프로그램을 호텔 전사적으로 진행하면 좋을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호텔리어 선후배가 커리어에 대한 고민을 나누고 업무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어야 한다고. 특히 여성 호텔리어의 경우 출산과 육아 이후 경력이 단절되는 경우가 많아, 호텔에서 출산 후 더욱 많은 지원과 배려를 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보다 자유롭게 육아휴직을 쓸 수 있는 문화가 정착한다면 경력이 단절되는 여성 호텔리어 수도 훨씬 줄어들지 않을까.

 


INTERVIEW

 

“작은 행동, 작은 마음으로 전하는  ‘Feel Good Moment’가 진정한 환대”

더블트리 바이 힐튼 서울 판교 피타 루이터(Peta Ruiter) 총지배인 

 

더블트리 바이 힐튼 서울 판교의 루프탑에는 꿀벌 20만 마리가 살고 있다. '두 굿 필 굿 (Do Good Feel Good)' 이니셔티브에 따라 도시 꿀벌 개체수 유지를 목표로, 한국의 도시 양봉 기업인 어반 비 서울(Urban Bee Seoul)과 함께 호텔 루프탑에서 양봉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호텔은 매년 120kg의 신선한 꿀을 생산해 내고 있으며, 양봉장에서 직접 수확한 꿀은 스페셜 메뉴를 통해 고객에게 따듯한 가치를 전하고 호텔에서의 경험을 더욱 의미있는 순간으로 만들어 준다. 고객들이 사회적 가치에 동참할 기회를 '교육'이 아닌 친근한 스토리텔링으로 전하고 있다.

 

2022년 11월 더블트리 바이 힐튼 서울 판교의 총지배인으로 취임한 피타 루이터는 호텔의 위치가 도심, 산, 도시 하천과 인접해 있는 점을 파악해, 생태계 보존 지킴이 꿀벌들에게는 안전한 보금자리를 만들어주고, 고객들에게는 달콤한 꿀 메뉴와 선한 영향력 실천이라는 선택지를 제공하고자 양봉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이밖에도 모든 식음료 시설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식 메뉴를 도입해, 더블트리 바이 힐튼 서울 판교를 찾는 고객이라면 모두 따듯한 환영감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남다른 신념과 추진력으로 차별화된 사회적 책임감을 실천하는 호텔이 되도록 이끄는 피타 루이터 총지배인을 만나봤다. 

 

호텔리어로의 삶은 어떻게 시작됐는지 궁금하다.

 

부모님, 특히 아버지가 군대에 입대하기를 정말로 원하셨다. 호텔에서 일을 하고 싶지만 그 분들의 반대로 컴퓨터 공학을 공부하게 됐다. 졸업할 무렵 부모님이 해외로 나가시게 됐고, 호텔에 입사한 것이 거의 30년 전의 일이다. 아버지는 본인이 이루지 못한 꿈을 자녀가 이뤄주길 바라셨던 것 같다. 그래서 해외의 호텔에서 일하고 있을 적에 군 모집 안내문을 잘라서 호텔로 보내시곤 했다. 태국에서 일을 하고 있을 때 호텔에 방문하신 적이 있는데 잘 하고 있다고 하시더라. 그때부터는 더 이상 모집 공고를 보내오지 않으셨다. 항상 해외에서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힐튼에 입사를 하면 그게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됐고, 뉴질랜드, 베트남, 태국, 일본 등을 거쳐 최근 힐튼 입사 20주년을 맞이했다. 호텔리어로의 삶은 스스로를 발전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고, 다양한 국가와 문화를 경험하고 일하고 싶다는 꿈을 이루게 해줬다. 그런 경험들로 인해 2022년 말 총지배인 직책으로 이동할 기회가 주어졌다.

 

호텔리어로 일하며 경험한 가장 큰 도전은 무엇이었나?

 

해외로 이주해 다른 나라, 다른 문화권에서 일하기로 결정한 것 자체가 언어를 구사하지 못하는 상황에서의 엄청난 도전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쉽지 않을 것을 예상했고, 내가 스스로 결정한 일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때로는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하지만 이 한계를 뛰어넘고 나니, 강한 여성이자 일하는 사람으로 성장해 있었다. 그것이 마치 보상처럼 느껴졌다. 그런 경험을 통해 업무상 필요한 기술과 평생에 필요한 삶의 노하우, 사고에 대한 유연함과 끈기를 갖추게 됐다. 특히 힐튼이라는 호텔은 여성이 총지배인으로의 일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성장하는 데 많은 지원을 하고 있다. 그런 것들 또한 내게는 도전에 직면하고 이겨내는 데 많은 도움이 됐었다고 생각한다.

 

힐튼에는 여성을 위한 어떠한 지원 시스템이 있나?

 

일반적으로 매년 개최되는 여성 및 리더십 전문 컨퍼런스가 있다. 작년에는 내가 패널 중 한 명이었다.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도 더 많은 여성 리더를 지원하고 옹호하는 데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에 다른 미래 리더들에게 많은 조언과 팁을 공유했다. 그 외에도 힐튼에는 회사 내 다양한 직책을 준비할 수 있는 다양한 개발 프로그램이 있다. 내가 처음 힐튼에 입사했을 때 회의에 참석하면 그 자리 있는 총지배인 중 여성은 단 한 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힐튼은 내가 보고 경험한 바에 따르면 회사 내에서 여성 인재의 성장에 정말 큰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나 또한 그 예시라고 할 수 있겠다. 이제 어떤 회의에서든 매우 다양한 여성 인재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여성 총지배인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다고 느낀 적이 있었나?

 

사람들이 나를 직접 만났을 때 여성이라는 사실에 놀라거나 내 이메일에 ‘Mr.(미스터)’를 붙여 답장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내 이름(피타)이 중성적인 편이라 남성이라 추측하는 경향이 있었던 것 같다. 물론 그런 일은 더 이상 많이 일어나지 않는다. 지금은 사람들이 나에게 다가와 여성 총지배인을 만나 정말 고무적이라고 말하고 있다. 호텔 내에서도 여성 리더들에게 영감을 준 것 같다. 더블트리 바이 힐튼 서울 판교의 리더십 팀은 약 70%가 여성이다. 단순히 여성을 많이 고용해서가 아니라, 그 일에 가장 적합한 사람을 고용했을 뿐이었다. 이처럼 현재 호텔 업계에는 많은 여성 인재들이 자리를 잡고, 또 성장해 오고 있다. 앞으로도 더 여성의 진출과 포지셔닝이 높아질 걸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에 취임하는 외국인 총지배인은 지금까지 모두 남성이었다. 국내 여성 외국인 최초의 총지배인인데, 어떤 역량이 작용했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우선은 처음 알게 된 사실이라 깜짝 놀랐다. 그리고 역으로는 왜 여태 없었는지 의문이다. 일반적으로 생각하기에 호텔 업무는 공감 능력과 뛰어난 직관력을 크게 요구한다. 그러니 고객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직관력을 발휘해 앞서 알아채고 다가서야 하므로, 여성이 보다 강점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또한 호텔산업은 좌뇌와 우뇌가 모두 발달돼 있어야 보다 수월하게 일을 할 수 있는데, 컴퓨터 공학을 전공했던 것 또한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다.

 

해외로 진출하기를 원하는 여성 호텔리어 후배들에게 조언한다면?

 

모험심을 가져야 한다. 나의 첫 해외 근무지는 뉴질랜드였지만 호주와 뉴질랜드는 비슷해서 크게 어렵지 않았다. 호주 밖에서의 첫 해외 근무는 베트남이었는데, 베트남에 가본 적도 없이 그 일을 수락했기 때문에 무엇을 기대해야 할지 전혀 몰랐고, 많은 난관이 있었지만 해외에서 일하고 사는 것이 내 목표이자 꿈 중 하나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위험을 감수하고 시도하는 모험으로 생각했다. 언제 돌아갈 것인지 계획을 하자. 지난 17년 동안 나는 언제까지 해외에 있을 것인지에 대한 타임라인을 정해둔 적이 없다. 지금은 언제가 내가 집으로 돌아갈 적절한 시기인지 생각하고 있다. 타임라인에 대해 늘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은, 일이 잘못되면 언제든지 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일이 너무 힘들고 뜻대로 되지 않으면, 짐을 싸서 비행기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면 된다. 그런 생각을 가진다면 더 큰 용기를 낼 수 있을 것이다.

 

호텔업계는 좀 더 사회적인 포용성과 환경적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고객뿐 아니라 직원들에게도 적용돼야 할 부분이라 생각되는데, 실제로 호텔 내부에서는 다양성을 포용하고자 어떤 실천들을 하고 있나?

 

힐튼에는 ‘목적이 있는 여행(Travel With Purpose)’이라는 ESG 프로그램이 있으며 기본적으로 우리가 달성해야 할 ‘9가지 맹세(9 Pledges)’가 있다. 그 중 하나는 다양성과 포용성에 대한 약속이며 보다 구체적으로 다양한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중심으로 한 것이다. 작년에는 직원 중 3%가 장애인 직원이었는데, 그 비율이 좀 더 높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성남시 장애인 취업 박람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많은 장애인 일자리 기관과 협력해 호텔 내에서 더 많은 기회를 주는 것이 옳은 일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사회적으로 옳은 일을 하고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 힐튼의 핵심 가치 중 하나이므로, 이 글을 읽고 관심이 있는 사람이 있다면 반드시 지원하기를 바란다.

 

어떠한 제약도 없이 나만의 호텔을 만들 수 있다고 상상해 본다면, 그곳은 어디에 위치하며, 어떤 모습일까? 또 어떠한 것들로 채워질까?

 

삶을 끄고 자연을 켤 수 있는 곳(Switch Off Life and Turn On Nature). 요즘 우리 모두는 매우 바쁜 삶을 살고 있고, 일과 디지털 기기에서 분리될 기회가 적다. 때문에 어딘가에 가서 스위치를 끌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연에 몰입할 수 있는 곳으로 가서 휴대폰을 문 앞에 두고, 나무 위의 오두막집이나 자연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곳으로 가는 것이 우리 모두가 지구와 하나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반려자와 교감하고, 책을 읽거나 나무에 기대 쉬면서 휴식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떨까? 위치는 한국도 괜찮지만 호주나 뉴질랜드 어딘가였으면 싶다. 고향과 가까운 어딘가에 자연에 둘러싸여 사람들이 잠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다.

 

도심 내 양봉 프로젝트의 영감을 어디서 얻었는지 알 것 같다.

 

어렸을 때 농장에서 동물들과 함께 자랐기 때문에, 아무래도 연관이 돼 있지 않을까. 오랜 시간 도시에서의 신나는 삶을 즐기며 살아왔지만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도 있다. 그런 환경에 호텔이 있다면 내 꿈도 이루고, 비로소 땅과 일치될 수 있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호텔리어의 환대란 무엇일까?

 

어렸을 가족과 호텔에 머물렀는데, 내가 가장 아끼던 인형에 구멍이 나 있는 것을 발견한 메이드가 그것을 꿰매고 수선해서 다음날 다시 가져다줬다. 나는 아직도 그때의 기억을 잊지 못한다. 그래서 환대란, 고객이 머무는 동안 평생 기억에 남을 수 있는 작은 순간을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더블트리의 목표이자 더블트리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기도 하다. 체크인 시 모든 투숙객이 받는 따뜻한 초콜릿칩 쿠키로 시작되는, 호텔에서의 기분 좋은 순간(Feel Good Moment)을 제공하고자 노력하는 것도 이와 비슷한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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