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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4 (화)

투어리즘&마이스

[Theme Inbound] 무자격 가이드, 이대로 둬도 되나? - 관광통역안내사 업계의 SOS

최근 중국 단체관광객을 대상으로 안내하는 가이드들이 경복궁 교태전을 ‘교태 부리는 곳’으로 소개하고 훈민정음을 술을 마시다가 만든 것으로 비하하고 있다는 뉴스가 보도되며 관광통역안내사의 역할과 자질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이처럼 엉터리 해설로 관광객들을 혼란에 빠뜨리는 가이드들은 대다수 관광통역안내사 자격증을 취득하지 않은 무자격 가이드로 밝혀지며 그간 여행업계에 만연하던 무자격 가이드 문제가 수면위로 떠올랐다. 이들은 기존 유자격자들의 입지와 권익을 위협함은 물론 한국관광만족도에도 영향을 끼쳐 국가적인 해결방안이 촉구되고 있다.

취재 김유리 기자


관광통역안내원에서 관광통역안내사까지
관광통역안내사 자격증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실시하는 국가공인자격증으로 외국인 관광객의 국내여행 안내와 한국의 문화를 소개하는 이들을 양성하기 위한 것이다. 1963년 관광통역안내원 자격시험으로 시작돼 2009년 3월,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여행업자는 관광통역안내사 자격을 가진 사람을 관광안내에 종사하도록 관광진흥법이 개정되며 영향력이 커졌다.
현재 2만 5000여 명이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으며 외국어를 사용해 관광지 및 관광대상물을 설명하거나 여행을 안내하는 등 여행의 편의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여행 코스 기획, 경비 정산 및 보고 업무까지 수행한다. 이에 관광에 대한 상식은 물론이거니와 좋은 기획력, 국사와 문화에 대한 지식까지 갖춰야한다. 나이, 학력 등 응시 자격에 제한은 없으며 일정수준의 공인외국어 성적을 획득하고 국사, 관광자원해설, 관광법규, 관광학개론을 평가하는 1차 필기시험과 해당 외국어로 한국의 역사, 문화, 일반상식에 대해 답하는 2차 면접시험을 통과하면 된다.
응시자격에 제한이 없다보니 해당 언어가 능숙한 다문화가정의 이주민 여성들, 재외동포들의 응시율이 높다. 이에 각 지자체들은 결혼 이주민 여성들을 대상으로 관광통역안내사양성교육을 실시해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돕고 있다. 군포시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는 지난해 4월에서 9월까지 약 5개월간 결혼이민자를 대상으로 관광통역안내사 양성교육 필기과정과 면접시험 대비 교육을 진행했으며, 인천시 또한 인천 거주 결혼 이민자를 관광통역안내사로 양성하기 위해 관광통역안내사 온라인 교육을 실시했다. 이는 모국어와 한국어를 동시에 구사할 수 있는 인천 거주 중국, 동남아권 결혼이민자의 언어 능력을 활용해 관광통역안내사 전문분야로의 취업을 적극 유도하기 위해서다. 시 관계자는 “이번 관광통역안내사 온라인 교육 통해 결혼이민자의 경제적 자립을 돕고 인천관광 안내서비스의 질을 향상시켜 인천관광 만족도를 높이는 것은 물론, ‘글로벌 관광도시 인천’의 기반이 마련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관광통역안내사협회 남완우 사무국장은 “관광통역안내사 시험은 12개국 언어로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하고 “그 외 다른 언어에 대한 자격 검정은 치러지지 않는 점이 맹점”이라며 자격시험의 한계를 지적하기도 했다.


엉터리 관광통역안내사와 무자격 가이드의 역사왜곡 심각해
지난해 11월 5일 이종배 새누리당 의원은 “엉터리 관광통역안내사들로 인해 외국인들에게 우리 역사가 왜곡돼 전달되고 있다.”고 밝혔다. 2015년 2월 문화체육관광부와 지자체, 관련협회 등이 합동으로 실시한 단속에서 ‘조선이 청나라에 미녀를 조공했기 때문에 한국에는 미녀가 없다. 지금 미녀는 모두 성형미녀다.’, ‘명성황후는 한국의 5만 원 권 지폐에 그려져 있다.’, ‘가난한 조선은 중국의 부속국가였으며, 중국 사신들이 왔을 때 조선의 신하들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등 역사 왜곡이 적발됐다.
이 의원은 국내 중국어 관광통역안내사 대부분은 무자격자나 중화권 국적자로, 정식으로 자격증을 취득한 중국어 관광통역안내사 8698명 중 30.6%인 2662명도 외국국적자이고 대부분 조선족이거나 중국인 유학생 등으로 추정했다. 또한 이처럼 중화권 국적자들이 중국인관광객들을 상대로 관광통역 안내를 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보니, 자격을 갖춘 관광통역안내사들도 제대로 된 설명을 하고 있을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정부는 2016년 4월부터 역사·문화재 교육 미이수자, 또는 무자격 안내사는 외국인 관광객을 인솔하고 4대궁(덕수궁, 창덕궁, 경복궁, 창경궁)과 종묘, 조선왕릉 등의 입장을 제한하는 문화재청 훈령인 개정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에 대비해 한국관광공사가 추진하는 안내사 교육방침이 현실과는 동떨어져 관광통역안내사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관광공사가 계획한 교육방침에 따르면 개정안 시행 전달인 2016년 3월까지 6개월간 1260명이 교육을 받고 활동하게 되는데, 현 자격증 보유자 2만 5000여 명에 비해 턱 없이 적은 수라는 것.
결국 문화체육관광부와 문화재청, 관광공사 등은 개정안을 새롭게 바꾸기 위해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내용은 교육에 해당되는 예산과 교육인원 증설, 훈령 연기, 필수교육 요건 강화 등이었다. 이 의원은 “한국관광공사가 교육대상을 연 7000명까지 확대하기 위해 내년도 ‘관광통역안내사 역사. 문화재 교육’ 사업에 필요한 예산 12억 5000만 원을 신청했으나 현재 정부 예산안에 반영돼 있지 않다.”며 “향후 정부에서는 수준 높은 관광통역안내사의 양성을 위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 의원은 무자격 관광통역안내사들에 대한 단속 강화, 가능한 한 내국인에 의한 관광통역안내가 가능토록 중국어 가능 퇴직자 집중 발굴, 중국어 전공 학생 방학 중 활용 등 탄력적 인력수급 방안 마련 등을 촉구했다.


무자격 가이드, 능숙한 현지어 구사하며 쇼핑 강요
불리한 근무 조건 수용하며 관광통역안내사 권익 하향화

이 같은 엉터리 안내 문제는 국사와 기본 한국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무자격 가이드가 늘어나며 더 심각해지고 있다. 한국관광통역안내사협회는 “2014년 한국관광통역안내사 협회가 회원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한 결과 추측되는 무자격 가이드는 약 3500여 명이며 실제로는 암암리에 이보다 더 많은 무자격가이드들이 활동하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들 중 상당수가 교포, 일부 화교로 중국단체관광객을 대상으로 가이드 업무를 진행 중이다. 이들은 능숙하게 현지어를 구사하며 관광객들에게 무리한 쇼핑을 요구하고 여행사로부터 불리한 처우도 수용해 근무 환경을 하향평준화하는 등 업계의 질서를 흐트러뜨리고 있다. 남 사무국장은 이는 저가 덤핑 여행상품의 폐해이며 암암리에 있어왔던 업계의 관습으로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모르겠다며 난색을 표했다. 더불어 정부에서 발표한 자격자 교육대책에 대해 “현재 업계에서 문제되는 것은 이런 무자격 가이드로 인해 유발되는 문제로 자격자에 대한 교육보다는 무자격 가이드를 어떻게 하면 근절하고 악순환을 절단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자격 가이드는 많지만 관광통역안내사는 부족
자격 시험 실무에 맞게 조정하고 지속적인 교육 이뤄져야

문화체육관광부는 2014년 10월 무자격 가이드를 고용하다가 3차례 이상 적발되면 중국전담 여행사가 취소되도록 하는 ‘방한 중국관광객 시장 내실화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당시 여행업계는 무자격 가이드들의 문제점을 인정하면서도 인력이 부족해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섣불리 처벌법을 만들어 여행업 자체를 위축시키기보다 경력과 인성을 중심으로 자격을 평가하고 연수 프로그램을 의무화하는 등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관광통역안내사의 인력확보가 상대적으로 약자인 영세 여행사의 경우, 삼진아웃제와 같은 강경책 도입 시 경영의 어려움이 더 가중될 수 있다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한편 2015년 10월 제주도가 무자격 가이드를 상습적으로 고용한 중국 단체 관광객 전담 여행사에 여행업 등록을 취소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여행사는 제주를 찾는 중국 관광객 수가 폭증하는 반면, 제주도에 관광 가이드가 부족하다고 주장하고 무자격 가이드를 고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반발했지만 법원은 5차례나 적발된 점을 들어 제주도의 손을 들어줬다. 그렇다면 무자격 가이드는 많지만 관광통역안내사가 부족한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 관계자들은 관광통역안내사 국사, 관광학 개론 등을 평가하는 1차 필기시험이 한국어로 치러져 한국어가 미숙한 이들에게는 오히려 자격시험을 포기하게 만드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에 시험제도가 보다 실무에 맞도록 수정돼 자격증을 갖추고 취득 이후에도 가이드들을 대상으로 국사와 문화 교육이 이뤄져야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나도 한번 도전해볼까?
관광통역안내사에 대한 관심도 계속해서 높아져

위와 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외래관광객이 증가하며 관광통역안내사에 대한 관심은 계속해서 뜨거워지는 중이다. 누구나 도전할 수 있기 때문에 주부들의 새로운 일자리 창출, 기발한 콘텐츠로 무장한 청년들의 관광업계 진출의 관문이 되고 있다. 경기도여성능력개발센터가 (사)한국관광통역안내사협회와의 여성일자리 창출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관광통역안내사 자격증 교육을 실시했다. 또한 정부는 관광통역안내사들이 자격증을 따는 것에서만 그치지 않고 현장에서 빛을 발할 수 있도록 현장실습교육을 진행하며 이들을 지원하고 있다. 제주관광공사는 중국어 관광통역안내사 50명을 대상으로 제주도 내 현장안내실습 교육을 실시했다. 현장안내실습은 용두암, 부두, 성산일출봉 섭지코지, 공항, 한라수목원, 주상절리, 자연사박물관등 실제 중국인 관광객들의 이동코스를 다니며 신입 및 무 경력자의 현장실무 감각을 익히도록 마련됐다. 남 사무국장은 “관광통역안내사의 직업에 대한 만족도는 높은편이다. 영어나 일본어, 말레이시아 관광통역안내사의 경우 관광객들과의 관계도 좋고 본인의 능력에 따라 얼마든지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으며 한국을 알린다는 사명감을 느끼며 성취도도 높다.”고 말했다.


INTERVIEW

무자격 가이드 문제
저가 여행 상품 개선과 함께 이뤄져야할 것

(사)한국관광통역안내사협회 남완우 사무국장

Q. 한국관광통역안내사협회에 대해 소개 부탁한다.
한 국관광통역안내사협회는 2002년도에 설립됐다. 무자격 가이드가 점차 늘어나며 기존 관광통역안내사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취지로 출범했으며 현재 정부, 각 지자체와 협력관계를 맺고 실무 교육, 외국어 교육 등을 운영중이다. 대표적으로 서울시와 함께 중국어 관광통역안내사를 대상으로 재보수 교육을 진행했다. 자격증은 가지고 있지만 실무경험이 없는 이들에게 현장교육을 실시하며 중국 각 지역에서 사용하는 방언 등 팁을 전수하기도 했다. 또한 지난 6월 베트남, 태국, 말레이 인도어 등 교육을 진행해 이중 40%가 FLEX 시험 점수를 획득했다. 교육 외에도 관광통역안내사 근무실태 조사 등 자격자들의 권리가 증진될 수 있도록 다양한 업무가 수반된다.


Q. 중국단체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관광통역안내사들의 역사 왜곡이 심각하다. 원인이 무엇인가?
그렇다. 중국단체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가이드들의 경우 조선족이나 화교들이 많이 포진돼있다. 이들은 현지어는 능숙하나 한국어에 미숙해 관광통역안내사 시험을 치르지 않고 무자격 가이드로 많이 활동한다. 그러다 보니 한국 역사나 문화에 대해 무지할 수밖에 없다. 여행사들이 이들을 찾는 이유는 무리한 저가 덤핑 여행 때문이다. 실제 중국 단동에서 강원도 양양에 도착하는 4박 5일 여행가격은 항공료, 식사, 숙박까지 포함해 15만 원이다. 처음부터 적자로 시작되므로 여행사들은 쇼핑을 통한 수수료로 이익을 챙겨야 하고 관광객들에게 쇼핑을 유도하는 관광통역안내사를 필요로 한다. 이에 현지어에 능통한 가이드를 선호하며 무자격 가이드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 이들은 관광객들에게 협박을 서슴지 않으며 쇼핑을 강요해 관광만족도를 저하시키고 있다.


Q. 무자격 가이드로 인해 자격자들은 어떤 영향을 받고 있는가?
무자격 가이드들은 여행사의 무리한 요구에도 응하며 전반적인 관광통역안내사의 권익 수준을 하향화시키고 있다. 예를 들어 여행사들은 쇼핑센터에서 목표 금액 미달성시 가이드에게 벌금을 청구한다거나 면세점에서 얻은 정식 수수료의 일부를 요구하기도 한다. 또한 입사 시 보증금 납부, 관광버스 경비 떠넘기기, 관광버스기사와 공동으로 숙박을 해결하게 하는 등 업계의 좋지 않은 관행을 자리 잡게 했다. 이에 기존 활동하던 관광통역안내사의 입지는 계속해서 좁아져 가며 한국인 관광통역안내사가 도태되고 있다.


Q. 이를 해결할 방안은 없을까?
물론 무자격 가이드를 완전히 근절할 수는 없다. 무자격자가 자격자에 비해 10%정도 된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지금은 자격자와 비등한 비율로 활동하며 업계의 질서를 위협하고 있다. 이는 여행업계의 본질적인 저가 여행의 문제가 해결돼야 하므로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최근 무자격자에 대한 처벌 법안이 통과됐다. 무자격 가이드 적발 시 여행사만 처벌되던 기존 법에서 무자격 가이드도 처벌의 책임을 물게 됐으며, 자격자도 자격증을 명시하고 다니지 않을 시 범칙금을 부과하며 단속규정이 강화돼 상황이 나아질까 기대를 걸고 있다.


Q. FIT시장이 계속해서 커지고 있다. 관광통역안내사의 영역이 줄어들지 않을까?
여행사에 대한 의존을 줄이고 개별 가이드를 원하는 이들이 늘어나며 오히려 넓어질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현재 한국은 관광통역안내사가 개인 손님을 받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한때 1인 가이드를 추진하기도 했으나 불법예약이 성행할 수 있다는 이유로 반려됐다. 하지만 그것은 기우다. 오히려 관광통역안내사의 개별 가이드 허용이 변함없는 코스와 쇼핑에 치중된 여행사들의 단조로운 상품을 발전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국가가 믿을 수 있을 만한 플랫폼을 만들어 운영한다면 정체된 국내 관광에도 활력요소가 될 것이다.


Q. 관광통역안내사가 갖춰야할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서비스 마인드다.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며 내 집을 안내하듯 적극적인 자세와 배려심을 보인다면 관광객의 만족도가 올라가고 그것이 보람과 직업 만족도로 연결될 것이다. 물론 서비스 마인드는 외국어 실력과 역사, 문화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이 뒷받침 됐을 때 가능하며 지속적인 자기개발 또한 이뤄져야할 것이다.


<2016년 1월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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