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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Column_ 노아윤 기자의 생각 모으기] 서비스업을 포기했던 이유

“인사를 할 땐 허리를 45도 앞으로 기울이고 ‘안녕하십니까!’ 크게 외친 후 자세유지 3초, 천천히 고개를 들어 밝은 미소로 손님을 맞이한다.” 이번 기획기사를 작성하고 보니 현장이 좋았던 내가 서비스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던 것 같다. 이런 교육 매뉴얼을 만든 사람은 알았을까? 인사할 때 45도 각도는 어떻게 유지해야 하는지, 그리고 현장에서 이러한 매뉴얼대로 고객들에게 인사하는 종업원이 몇이나 되는지 말이다.

그렇게 하라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을 텐데 “왜”라는 물음에 대답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아마도 당시 서비스 교육 담당자도 몰랐던 것 같다. 그렇게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서비스를 하는 것이 싫었다. 나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글로벌 프렌차이즈에서 일하고 있는데, 당장 옆집 음식점에 손이 부족해 투입돼도 무방할 정도로 내가 배운 서비스는 특별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저 내가 교육받았던 것이라곤 앵무새처럼 배운 대로 따라 해야만 하는 공식 같은 것이었다.

비전이 없다고 생각했다. 앞으로 여기 남아서 배울 수 있는 것과 그렇게해서 키울 수 있는 역량이 무엇인지 안 봐도 뻔했고, 나 또한 누군가로 쉽게 대체될 수 있는 일은 하고 싶지 않았다. 지금은 상황이 어떻게 변했는지 모르지만 여전히 외식이나 호텔업계에서 이직이 잦은 걸 보면 9년 전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인다. 회사는 회사에 꼭 맞는 직원을 원하지만, 제시하는 인재상은 다른 회사들이 추구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커뮤니케이션 능력’, ‘고객 지향성’, ‘글로벌 혁신’, ‘투철한 목표 의지’. 누가 해석하느냐에 따라 제각각인 역량들. 지원서를 쓸 때도 난감하지만 근무하는 직원들도 제 역량을 어떻게 발휘해야 하고, 어떻게 평가받고 있는지 알 길이 없다.

회사는 매년 ‘고객 만족경영’을 비전으로 내세우면서 고객 만족을 이끌어내는 서비스 직원에게는 어떤 비전을 보여줬을까? 교육받은 것과 실제 현장에서의 괴리감은 온전히 직원들의 몫이다. 그리고 직원들은 그렇게 ‘하고 있는 것’과 ‘해야 하는 것’의 간극을 좁히지 못해 사기가 저하되고, 이리저리 옮겨 다니다 ‘역시 서비스업은 오래 일할 것이 못 된다’며 업계를 떠난다.

밀레니얼 세대의 영향으로 비대면 서비스가 호텔에도 접목되기 시작했다. 지난달과 이번 달, 두 달 동안 기획했던 호텔의 대면과 비대면 서비스가 가야 할 길에 대해 고민해보니 많은 생각이 들었다. 과연 비대면 서비스가 대면의 높은 인건비 부담을 해소해 줄 수 있는 대안책인가? 일부는 그럴 수 있겠지만 전부는 아니다. 적어도 특급과 럭셔리를 지향한다면 말이다. 비대면은 더 많은 대면을 통해 서비스 퀄리티를 높이고자 하는 수단에 불과하고, 고객에게 언택트는 선택할 수 있는 서비스 보기 중 하나일 뿐이다. 대면이 가지고 있는 한계를 비대면이 보완해줌으로써 한 단계 나아간 서비스를 보여줘야 한다. 기계를 도입하고 개발하는 데만 예산을 투자할 것이 아니라 그동안 직원들의 서비스 역량을 높이는 데 어떤 노력과 투자를 해왔는지, 과연 그 방법이 현재의 고객과 직원들에게 적절하게 전달됐는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스스로 알아서 잘하는 직원은 없다. 호텔에서는 어렵게 새로운 직원을 뽑은 만큼 그들이 계속해서 회사에 맞는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가이드를 제시해줘야 한다. 요즘 애들은 근성이 없어 기껏 뽑아놔 봐야 1년을 채 버티지 못한다고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그들의 근성을 발휘시키기 위해 회사는 어떤 비전을 제시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한 호텔리어가 말했다. 호텔리어로서 나만의 철학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이 일을 버티기 힘들다고. 웃어야 하니까 웃고, 참으라 하니까 참는 직업이라 직업에 대한 신념과 철학이 없으면 호텔리어로서의 일이 싫어질 수 있다고 말이다. 호스피탈리티 서비스의 정점을 지향하는 호텔리어가 언제부터 개인의 신념만 가지고 버틸 수 있는 직업이 됐을까? 그동안 서비스가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단순하고 얼마나 전문성 없는 업으로 치부돼왔는지 언택트와 컨택트가 혼재되고 있는 지금, 비대면 서비스에 비춰 대면 서비스가 가지고 있는 의미에 대해 질문을 던져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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