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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6 (금)

호텔&리조트

[Senior HR Issue] 대체 불가 서비스로 차별화에 기여하는 시니어 지배인과 그들의 일터로서의 호텔 - ②


시니어 지배인들의 경력 존중해줘야


평생직장은 옛말이라지만 권문현 지배인과 김희영 부장, 배 매니저와 같이 한 호텔에 오래 근무해온 이들은 이미 어느 호텔의 호텔리어를 넘어서 스스로 하나의 브랜드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들이 안정적으로 호텔에서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어나갈 수 있었던 이유는 공통적이다. 바로 장기근속 지배인에 대한 전문성을 인정받았다는 점이다. 


‘직원이 일하고 싶은 회사’를 만들기 위해 전담 조직 ‘기업문화TFT’까지 구성해 운영하고 있는 롯데호텔은 직원들의 직무 역량 스킬을 강화하고 호텔 전문인 가치 확대, 더 나아가 브랜드 이미지 향상을 위해 다양한 활동들을 진행하고 있는데 그중에 베테랑 장기근속 직원들의 노하우를 공유하는 ‘사내 서비스 강사 제도’로 많은 사내 서비스 강사를 배출하고 있다. 롯데호텔 관계자는 “사내 서비스 강사 제도를 통해 시니어들이 그간 어떤 마음가짐으로 호텔에 근무해왔는지, 겪어온 세월 속에 자신만의 노하우를 쌓을 수 있었던 스토리를 주니어 직원들과 공유하면서 주니어는 선배를 보며 동기부여도 되고, 자칫 매너리즘에 빠질 수 있는 시니어 지배인들에게도 자극제가 되고 있다.”면서 “또한 이러한 소통의 장은 20대부터 60대까지 전 연령대가 근무하는 호텔에서 서로에 대한 이해의 물꼬를 터 주기도 해 여러모로 일하기 좋은 직장을 만드는데 윤활유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이직률이 현저히 낮아 10년 이상은 물론 20년 이상 장기근속 직원이 많은 사보이호텔도 매년 연말 장기근속 및 공로가 많았던 직원에 상을 수여, 포상하고 있다. 또한 요즘같이 어려운 시기에는 고임금의 경력 직원에게 눈치 줄 법도 한데 단 한 번 눈치 주는 일이 없다. 오히려 힘든 시기를 함께 버텨줘서 고맙다고 이야기해, 역으로 직원들이 머리를 맞대며 어떻게 하면 호텔 운영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조금 과장하면 시니어 지배인 한 명의 연봉은 두 명의 신입 직원을 채용할 수 있는 정도다. 젊고 유능한 호텔리어를 원하지만 인건비 부담으로 비정규직 고용도 빈번한 요즘, 오히려 반대로 시니어 직원들에 대한 끊임없는 임파워먼트를 줬던 호텔들이 왜 그런 결정을 했는지는 곰곰히 생각해봐야 할 대목이다. 




지속적인 커리어 동기부여 필요해


호텔의 기능 성숙도가 아직 높지 않은 수준이라 서비스에 대한 국내 호텔 서비스는 전문성이 저평가돼 있지만 사실 서비스 지배인들의 역량 개발 방향성은 무궁무진하다. 문화와 산업이 발전하면서 고객들의 니즈가 세분화되고 이에 따라 호텔리어가 해야 할 일들도 다변화되기 때문이다. 자칫 서비스업은 같은 멘트를 하고 같은 동작을 하는 단순한 업무라고 보일 수 있지만 만나는 고객들은 천차만별이고, 직원들도 직장에서 장기적인 비전을 보지 못한다면 아무리 시니어 지배인이라도 호텔을 떠나기 마련이다. 따라서 호텔은 직원들이 안정적으로 커리어패스를 세울 수 있도록 그들의 비전을 마련해줘야 한다.




여성, 그리고 로컬인재 양성에 앞장서고 있는 아코르 앰배서더 그룹은 ‘총지배인 양성과정(IHMP, International Hospitality Management Program)’과 다양성 증진을 위한 사내 네트워크 ‘라이즈(RiiSE)’의 운영을 통해 지배인들이 커리어에 동기부여를 할 수 있도록 긍정적인 자극을 불어 넣고 있다. 어떤 이유에선지 여성이 수장 자리에 오르는 일이 터부시됐던 호텔업계에서 아코르 앰버서더는 국내 24개 호텔의 20%를 한국인 여성 총지배인으로 배출하며 여성 호텔리어들에 새로운 커리어 개발의 기회를 열었다. 그룹의 세 번째 여성 총지배인 노보탤 앰배서더 서울 독산의 김경림 총지배인은 “20년 전 처음 세일즈 마케팅 지배인으로 그룹에 입사해 근무하면서 어느 정도 연차가 쌓이자 아무래도 이직의 기회가 많았다. 그러나 판촉팀장의 자리에 올라갔을 때까지도 주위 다른 대기업 호텔들에서 여자 부장급부터는 볼 수 없더라. 임원도 당연히 없었다. 호텔리어로서 근무하게 된 이상 최정점에 올라가 보자는 개인적인 목표가 있었는데 앞으로의 커리어에 대한 고민이 들었다. 그때 IHMP 과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돼 이를 새로운 목표로 세우게 됐다.”면서 “총 18개월의 과정을 거치는 교육은 먼저 각 국가 내의 경쟁을 통해 1~2위에 올라야 글로벌 호텔리어들과 함께 교육을 받을 수 있다. 당시 여성과 로컬인재를 양성하겠다는 그룹의 의지가 확실히 보였기 때문에 그것이 큰 동기부여가 됐고, 교육을 통해 세일즈 이외 전반적인 호텔 업무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도 얻게 돼 스스로도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이야기하며 그룹의 이러한 동기부여 프로그램을 후배 지배인들도 경력개발에 적극적으로 이용하길 바라는 마음에 RiiSE를 통해서도 열심히 어필하고 있다고 전했다.




직원에 대한 배려, 복지로부터 비롯되는 안정성

장기근속, 베테랑 직원들에 대한 존중, 그리고 끝이 보이는 것 같았던 그들의 경력개발에 대한 새로운 비전 제시. 두 가지 인적 자원관리 전략의 핵심은 ‘안정성’이다. 다들 힘들다 손을 내젓는 서비스업계에 몸담고자 마음먹고, 호텔리어로서의 길이 나의 길임을 받아들인 이들과 아닌 이들의 서비스는 깊이가 다를 수밖에 없다. 서비스 차별화를 꾀하고자 한다면 언제 그만두게 될지 모르는 불안함, 적정 수준 이후에는 도태되는 전문성, 커리어에 대한 불확실성은 배제하고, 고객 서비스에 대한 고민에 집중할 수 있도록 근무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이 호텔의 몫이다. 그리고 그러한 환경 조성을 위해 호텔은 직원에 대한 배려인 좋은 복지도 자연스럽게 고려하게 된다. 

롯데호텔은 최장 2년의 남녀육아휴직과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자녀를 둔 여성 직원에 대해서는 최장 1년 동안 휴직할 수 있는 ‘자녀입학돌봄 휴직’, 그리고 퇴직 후 진로 설계를 지원하는 ‘라온하제’ 프로그램 등 전체 연령대를 아우르는 생애주기 프로그렘을 제공하고 있고, 사보이호텔도 요즘에는 찾아보기 드문 직원 숙소를 갖추고 있는 데다가 직원 수가 20명 남짓으로 규모가 작음에도 불구하고 직원 식당까지 운영 중이다. 또한 자기계발을 위한 교육비, 동호회 활동 지원과 함께 여성 직원들이 출산 후 복귀할 수 있는 문화까지 마련돼 있다.



더 큰 문제는 중소형호텔, 오너의 서비스 마인드 있어야

한편 특급 및 인터내셔널 체인 호텔이야 비교적 체계적인 인사구조를 통해 직원들의 커리어패스가 구분돼 있다고 하지만 문제는 중소형 호텔의 이들의 경우 사보이호텔과 같은 경영철학이 없으면 중소규모에서 일당백의 시니어 호텔리어가 활용될 수 있는 부분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시니어 직원들을 버틸 수 없게 만든다는 점이다. 한 시니어 호텔리어는 “정년 전, 아직 일할 수 있는 나이에 호텔을 그만두게 돼 3~4성급 호텔로 이직하는 동료들을 보면 호텔업계의 생리를 이해하지 못한 오너의 지나친 운영 간섭이 큰 문제가 되는 듯 보인다. 너무 적은 인원으로 투자는 없이 최대 효율을 뽑으려고 하기 때문에 이를 버티지 못하고 나오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면서 “특급호텔에서 20~30년 경력을 쌓아온 이들이 운영의 갈피를 잡지 못하는 3~4성급 호텔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이 분명히 있는데, 이를 뒷받침해줄 수 있는 최소한의 인력도 구축이 안 된 곳들이 많아 특급호텔과 중소형호텔의 서비스 인력 양극화는 계속해서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국내 호텔업계가 자리 잡은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아직 미국과 같이 한 산업으로서 호텔을 정의하기엔 가야 할 길이 많지만, 한 업계에서 20년, 30년이고, 더 나아가 서비스 ‘장인’들이 배출이 돼야 앞으로 국내 호텔들이 성장해나가야 하는 방향성이 보일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니어 지배인들의 양성이 무엇보다 절실한 시기. 허리가 튼튼해야 산업이 건강해지듯이 높은 숙련도와 생산성을 가지고 있는 시니어 지배인들의 역할에 대해 호텔업계는 다시 정의를 내려야 할 때다.



INTERVIEW



“사보이호텔의 큰 강점인 오랜 직원들,
호텔만의 럭셔리 만들어가는 보람 느껴”
사보이호텔 객실팀 김희영 부장

Q. 호텔리어로 근무하게 된 계기과 그동안 호텔리어로서 일해온 경력에 대한 소개 부탁한다.
호텔이 첫 직장은 아니었다. 원래는 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해 섬유회사의 무역부에서 일을 했는데 잦은 추가 근무와 심한 남녀차별을 겪었다. 그때만 해도 4년제 졸업한 여직원은 찾아보기 어려웠을 때였으니 말이다. 그렇게 회사를 나왔다. 두 번째 직업 선택에 있어서는 즐겁게 일할 수 있는 곳을 찾다 관광대학에 진학, 호텔은 남녀차별이 없고 정해진 근무시간이 있었던 곳이라 망설일 것 없이 호텔을 직장으로 선택하게 됐다. 사보이호텔에서의 근무는 1994년 12월 1일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쭉 이어오고 있다. 다행히 적성에 맞아 평생직장이 됐는데 사실 처음 입사했을 때는 생각보다 할 게 많아 당황스러웠다(웃음). 어학 공부는 물론 마케팅도 배워야 하고 객실 예약시스템도 알아야 했으니 말이다. 

Q. 한 호텔에서 26년을 근무했다. 다른 호텔 경험도 해보고 싶었을 것 같은데 이렇게 오랫동안 사보이호텔에서 경력을 쌓을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물론 중간에 특급호텔로 이직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겉으로 봤을 때 보이는 외국계 체인에 대한 동경이나, 대기업 호텔에 대한 욕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호텔의 ‘호’자도 몰랐던 시기기도 했고, 당시 사수였던 객실 지배인님이 스위스 그랜드호텔 출신으로 너무 멋진 분이어서 일단 사보이호텔에서 일을 배워보자고 마음을 먹었다. 그렇게 사수를 통해 많은 것들을 배웠다. 당시 우리 호텔뿐만 아니라 한국 전반적으로 일본인 관광객들이 70%를 차지할 정도로 많았기 때문에 일본어 공부도 시작했고, 서비스 지배인의 유전자를 타고난 것 같았던 사수의 일거수일투족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부족한 부분이 많음을 알게 돼 이직은 둘째치고 내실부터 채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와중에 신라호텔에서 하던 교육을 들은 적이 있었는데, 그때 내가 선망하던 특급, 대기업 호텔의 직원들과 이야기해보니 결국 고객이 호텔에 원하는 니즈는 다 똑같다는 것을 알게 돼 굳이 이직을 해야 할 필요성을 못 느꼈던 것도 한 몫 했다. 그렇게 어느 호텔에 있든 ‘나만의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 나의 호텔리어 인생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나만의 서비스를 만들어 가는데 가장 큰 도움이 된 단골고객과의 접점이 계속 쌓이면서 막 보람을 느끼게 돼 사보이호텔에서 커리어를 이어가고 싶은 여러 이유가 맞물렸던 것 같다.

Q. 오랜 기간 근무해오며 경험해본 사보이호텔은 어떤가? 직원으로서 어떤 부분이 가장 좋았는지 이야기한다면?
직원이라서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경영진의 마인드가 너무 좋다. 60년 넘게 3대째 이어온 내력이 있는 터라 내실 있는 운영을 위해 제도적으로 필요한 것과 불필요한 것에 대한 구분이 명확, 직원들이 고객 서비스에 보다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고, 무엇보다 직원들에 대한 배려가 깊다는데 가장 큰 장점이 있다. 단순히 직원을 이윤 창출의 도구로 봤다면 가능할 수 없는 일이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도 아직까지 직원들은 큰 문제없이 각자의 업무를 보고 있다. 직원이 안정적이어야 서비스도 안정적으로 나온다는 경영방침이 직원들에게 피해는 최소한으로 해야 한다는 대처로 이어진 것이다. 이렇듯 경영진이 한결같은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어 직원들은 안심이다.

직원들이 안정적이니 호텔 운영에 기복이 없다. 특히 중간 간부 이상이 굳건하기 때문에 밑의 직원들은 차근차근 업무를 배울 수 있어 주니어 직원들이 경력을 쌓아가는 데도 무리가 없다. 주변 호텔에 근무하는 직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중간 관리자들의 이탈이 잦아 경력이 1~2년 남짓한 직원이 주임으로 승진하고, 그렇게 사수 없는 주임이 새로운 신입 직원의 채용으로 또다시 팀장이 되고, 팀장에서 총지배인으로 정신없이 자리에 오르면서 경력에 비해 과도한 책임감을 떠안고 호텔을 떠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더라. 호텔리어는 고객과 대면하는 접점에서 보람을 느끼는 직업인데, 충분히 보람을 느끼지 못한 채 업계를 떠나게 돼 안타까울 따름이다. 이런 면들을 지켜 봐오며 스스로를 되돌아봤을 때 떠오르는 고객들이 있다는 것 만으로도 호텔리어로서 좋은 직장에 근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Q. 단골고객과 따로 메신저 연락을 할 정도로 가까이 지내고 있다고 들었다. 단골고객에게 사보이호텔은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나?
호텔의 모토가 ‘내 집처럼 따뜻한 공간’으로 제2의 집처럼 여길 수 있는 서비스를 지향하고 있다. 실제로 20년 동안 연중 200일 이상을 투숙하며 자신의 집보다 우리 호텔을 더 편하게 여겨 직원들과 직원 식당에서 함께 식사까지 하던 고객이 있었으니 말이다. 60년 전과 다르게 명동 일대에 화려하고 럭셔리한 호텔들이 많이 늘어났지만 다른 호텔에는 없고 우리 호텔에만 있는 것이 바로 고객을 알아봐 주는 오랜 직원들이다. 처음 호텔에 발을 디뎠을 때 봤던 직원들이 자신과 함께 늙어가는 모습을 보며 다른 호텔에서는 찾을 수 없는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는 것 같다. 종종 오랜만에 방문하는 단골손님과 서로 왜 늙지를 않냐며 장난을 칠 때면 이제는 정말 손님 대 직원의 관계가 아닌 먼 친척이 놀러 온 것 같은 느낌이 든다.

Q. 이제는 사보이호텔의 가장 오래된 직원이 됐다. 앞으로 호텔리어로서 기대하는 비전과 계획은 무엇인가?
한곳에서 일을 오래 하게 되면 아무래도 타성에 젖을 수 있다. 이제 손님이 하나만 얘기해도 열을 안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어떤 때에는 일본사람과 대화를 하는데 일본사람보다 빨리 말할 때도 있다. 너무 익숙해진 탓에 외다시피 한 멘트를 줄줄 읊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예전과 다르게 주 고객의 국적도, 연령층도, 그에 따른 니즈도 천차만별로 변해가고 있어 점점 더 타성에 젖지 않는 서비스를 해야 한다 다짐하고 있다. 고객 한 명 한 명은 다 다른 이들이므로 순수하게 진실된 마음을 전해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AI나 키오스크로 서비스 인력이 대체되고 있는데 AI만도 못한 서비스를 하면 안 되지 않나(웃음). 사보이호텔의 강점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고객들에 ‘전달’ 아닌 ‘대화’를 통해 편안한 마음으로 호텔에 방문할 수 있도록 안주하지 않고 노력해 더 많은 단골고객을 만드는 것이 나의 비전이자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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