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 ‘당신의 이름은 더 이상 부르고 싶지 않아요’ 부를 때 마다 내 마음은 무겁고 슬퍼져요. 한 해를 통째로 삼켜버린 당신의 이름은 코로나. 그 위엄과는 너무 어울리지 않지요. 이제 그만 헤어질 수 없나요? 2020년 10월 둘째 주 현재 이탈리아는 하루 7000명 대의 확진자를 기록하며 민심이 술렁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냉소적으로 바라보는 이들도 적지 않습니다. 이유인즉 매일같이 15만 명이 검사를 하고 나온 결과물이기 때문입니다. 한 가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은 한국이나 이탈리아도 마찬가지지만 하나의 결과를 두고 어떤 목적으로 이야기 할 것인지에 따라서 현상이 갖고 있는 사실을 뒤로 숨기기도, 때로는 과장되게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는 점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맹목적인 불신을 가지며 살아갈 순 없지만 또 그렇다고 해서 맹목적인 믿음을 강요당할 수도 없는 것이지요. 사물을 바라보는 지혜와 통찰력이 무엇보다 절실한 시절을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Scene 1 # 필자는 어제 지인의 매장에서 오랑우탄 커피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커피를 마실 기회가 생겼습니다. 독자분들께는 생소한 용어일 수 있겠네요. 마치 사향 고향이 커피나 코끼리 커피처럼
Prologue # 2019년 12월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기에 충분했던 중국 우한에서 처음 발견된 코로나19는 현재까지도 진행형입니다. 전례 없던 종류의 바이러스는 많은 감염자와 사망자를 발생시켰으며 무엇보다 언택트란 신조어를 탄생시키며 ‘사회적 거리’란 유리 장벽을 만들어 버렸습니다. 이탈리아는 지난 3월 급격한 코로나 확산 이후 유럽 최초의 이동제한령, 록다운이 발표됐고 약 2개월 동안 숨죽이는 삶을 살아왔던 것이 사실입니다. 최소한의 생필품과 의약품 구매를 위해 이동허가서를 작성해서 움직이는 것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창살 없는 감옥과 같이 살아야 했고, 발코니가 유일한 친구이자 비상구의 역할을 하기도 했습니다. 8월 바캉스 시즌이 지나고 나서 유럽에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2차 유행이 감지되며 수그러들었던 확진자의 수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불행 중 다행이라면 이탈리아의 확진자가 연일 1000명 대의 수준을 유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일 평균 10만 명에 육박하는 TAMPONI 검사를 통해서 나온 결과물이기에 아직까지는 비관적인 전망의 보도는 자제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한국도 최근 코로나 통제 2.5단계가 발령되면서 자영업자를 비롯한 대부
Prologue # 하늘이 ‘파랗다’ 못해 ‘시퍼렇다’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오래된 음료 광고에 나올법한 컬러가 천장을 뒤덮었습니다. 포도의 당분을 최고치로 끌어 올릴 만큼의 강렬한 태양이 내리쬐는 7월의 이탈리아는 코로나19가 스치고 간 뒤 여느 때 보다 한산한 일상을 맞고 있습니다. 하루 평균 100~200명 사이의 확진자 추세를 보이고 있는 이탈리아의 코로나 상황은 봉쇄령 시기에 비하면 매우 양호한 수준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한때는 하루 8000명의 확진자가 나올 정도로 무서운 기세로 단시간에 솟아오르는 화염처럼 전염의 불길이 번졌지만, 이젠 사망자도 한 자리 수로 줄어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습니다. 검사인구수만 500만에 육박하는 상황이니 전체 상황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지요. 롬바르디아는 여전히 법적으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있지만 피해규모가 비교적 적은 다른 도시들은 일상에서 마스크 없이도 생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덕분에 저도 모처럼 타지역으로 이동해 논밭으로 둘러싸인 인구 900명의 도시에서 열정과 실력을 겸비한 훌륭한 바리스타를 만나고 올 수 있었습니다. Scene 1 # Casalnoceto는 밀라노에서 차로 1시간 10분 정도
마음이 가는 곳과 생각하는 곳은 다르다. 그녀의 삶에서 커피가 얼마나 낭만적인 시간을 갖게 했는지, 혼자 있는 시간을 얼마나 풍족하게 해 줬는지 온몸을 감싸 안으면 느낄 수 있었다. “누군가는 반려견과 함께 살고, 나는 커피와 산다.”라고 말하던 그녀는 깊고 풍부한 향미를 뿜어내는 커피가 그녀의 아침을 시작하게 하고 밤을 마무리하게 하는 정서를 지배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녀의 커피는 조금은 사치스러웠다. 처음 만난 날. 내면을 들여다보듯 그는 그녀를 빤히 쳐다봤다. 한참 동안 쳐다보는 시선을 불편해 하는 모습이 보이자 엷은 미소와 함께 굵은 베이스톤으로 “어떤 것을 볼 때 정말로 그것을 알고자 한다면 오랫동안 바라봐야 한다는 존 모피트의 말이 생각나서요.” 그 한마디에 그녀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내가 아는 남자 중에 가장 멋진 남자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를 소개한 최원장의 말이었다. 이런 자리가 어색해 최원장과 그들의 대화에 끼어들기보다는 가끔 긍정적인 미소만 지었다. “이곳은 제주도에서 매일 공수돼 오는 해산물로만 요리해서 횟감으로 신선하고 바다향이 그대로 느껴지죠?, 음식도 정말 맛있네요.” 언제나 고상하고 우아한 단어를 사용하는 최원장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