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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전용의 Coffee Break] 오랑우탄 커피 프로젝트


Prologue #


‘당신의 이름은 더 이상 부르고 싶지 않아요’ 부를 때 마다 내 마음은 무겁고 슬퍼져요. 한 해를 통째로 삼켜버린 당신의 이름은 코로나. 그 위엄과는 너무 어울리지 않지요. 이제 그만 헤어질 수 없나요?


2020년 10월 둘째 주 현재 이탈리아는 하루 7000명 대의 확진자를 기록하며 민심이 술렁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냉소적으로 바라보는 이들도 적지 않습니다. 이유인즉 매일같이 15만 명이 검사를 하고 나온 결과물이기 때문입니다. 


한 가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은 한국이나 이탈리아도 마찬가지지만 하나의 결과를 두고 어떤 목적으로 이야기 할 것인지에 따라서 현상이 갖고 있는 사실을 뒤로 숨기기도, 때로는 과장되게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는 점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맹목적인 불신을 가지며 살아갈 순 없지만 또 그렇다고 해서 맹목적인 믿음을 강요당할 수도 없는 것이지요. 사물을 바라보는 지혜와 통찰력이 무엇보다 절실한 시절을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Scene 1 #


필자는 어제 지인의 매장에서 오랑우탄 커피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커피를 마실 기회가 생겼습니다. 독자분들께는 생소한 용어일 수 있겠네요. 마치 사향 고향이 커피나 코끼리 커피처럼 동물들이 커피 열매를 먹고 그것을 배설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한 커피로 상상하실는지 모릅니다.


2015년 봄, 인도네시아에서 보낸 그 때의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치고 가네요.


제가 근무하고 있는 에스프레소 머신 제조사인 달라꼬르떼사는 Live / Learn / Share란 슬로우건을 내세우며 매년 전 세계의 커피애호가를 대상으로 DC 캠프 행사를 주최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잠시 중단된 상태죠. 이것은 꽤나 전문적이고 다채로운 워크숍은 물론 교류를 맺을 수 있는 친목의 장이기도 합니다.


2015년에는 인도네시아의 수마트라에서 9박 10일 동안 특별한 행사가 치뤄졌습니다. 이탈리아를 비롯해 스페인, 스위스, 독일, 덴마크, 그리스, 프랑스, 영국, 아일랜드, 헝가리, 아이슬란드, 이란, 홍콩,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한국 등에서 50여 명의 커피 전문가는 물론 동종업계 종사자가 아닌 일반인들도 관심을 갖고 참석을 했습니다.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의 중심도시 메단에 위치한 ‘오랑우탄 커피 연구소’가 세계 각지에서 몰려든 참석자들을 공항 픽업부터 호텔 체크인하는 전 과정을 수행하면서 행사의 첫 날이 시작됐습니다.


   


이튿날 오랑우탄 커피 프로젝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참석자들을 위한 메디컬센터 견학의 일정이 준비됐는데 이는 매우 생경한 일이었습니다. 이곳은 한눈에도 병원 같은 분위기가 느껴졌습니다. 간호사 복장을 하고 아기 오랑우탄을 돌보는 이부터 낙상으로 인한 척추부상으로 한쪽 다리를 사용하지 못하는 동물에게 훈련을 시키고 있는 전문가에 이르기까지 단순한 동물 보호시설이 아님을 알 수 있었지요.


이곳은 팜 오일 머니를 꿈꾸며 불나방처럼 몰려든 다국적 기업의 희생자들을 보호하고 수용하는 시설이라고 전문가는 말합니다. 밀림의 파괴로 인해 보호 동물이 점점 사라져가고 있으며 뿐만 아니라 인간의 탐욕으로 인해 불법 밀거래로 값비싸게 애완동물로 전락하고 또한 죽어가고 있는 현실을 목격하게 되며 이런 이유로 오랑우탄은 멸종위기에 처해진 것입니다. 천연의 자연에서 서식하는 최종포식자인 오랑우탄은 밀림의 하나의 상징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과일 등의 풍부한 먹거리가 있어야만 생존 가능한 동물이죠. 이들은 쉴새없이 먹지만 이로 인해 씨앗은 곳곳에 뿌려지고 배설물은 영양분이 돼 밀림을 더욱 풍성하게 재탄생 시킨다고 합니다. 메디컬 센터는 병들고 위험한 오랑우탄을 구조해 각종 의료 장비와 약품 영양제 등을 사용해 재활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었습니다.




셋째 날은 전문가들과 함께하는 워크숍이 진행이 됐습니다. 국립공원 안에 에스프레소 머신과 그라인더들이 세심하게 준비돼 있었습니다. 한편에서는 라떼아트 세계 챔피언의 세미나가 열리고 동시에, 브루잉 세계 챔피언과 WBC 심사위원이 함께 브루잉 세미나를 진행했습니다. 이를 위해 전 세계의 다양한 커피가 공수돼 다양한 맛의 커피를 시음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커피 애호가들에겐 꿈의 워크숍이 펼쳐졌습니다.


Scene 2#


가장 나이가 어린 참가자는 14세의 스위스 소년, 막스였습니다. 미래의 바리스타를 꿈꾸며 챔피언들의 강의에 눈을 떼지 못하는 모습은 캠프의 또 하나의 명장면이었습니다.


정글 트랙킹의 전문가들과 함께 5개의 팀으로 나눠 국립공원의 정글을 트래킹하는 프로그램도 진행이 됐습니다. 동물원이 아닌 밀림에서 서식하는 오랑우탄을 비롯한 자연 동물을 실제로 목격할 수 있었는데요. 그때마다 놀라 눈은 점점 더 커졌습니다.


살림 벌채의 피해자는 오랑우탄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코끼리 역시 죽어가고 있었습니다. 정부에 탄원이 제기되기도 하고, 소수의 NGO 단체 또는 오랑우탄 커피 연구소 같은 곳이 캠페인을 벌이며 일반 시민을 설득하려 노력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라고 합니다.


다섯 째날 커피가 생산되는 과정을 견학하기 위해 비행기를 타고 수마트라의 북부 지역으로 이동을 했습니다. 공항에서도 4시간 가량을 차량으로 이동해야 산으로 둘러싸인 마을에 도착해 숙소에 머물 수 있었는데요. 가는 길 곳곳에는 커피나무가 심어져 자라고 있었으며 집집마다 커피를 건조하는 장면은 흔하게 펼쳐져 있었습니다.


 


훌링 스테이션에서 우리는 커피가 건조되고 파치먼트 상태의 커피가 벗겨지는 모든 과정을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도 생두의 크기와 상태에 따라 다양한 등급이 결정이 되는데 누가 봐도 최하 품질의 생두를 글로벌 커피 브랜드들이 구매한다는 이야기는 참가자들에게 다소 충격적이었습니다.


버려지는 것은 없습니다. 농부의 심성과 환경에 따라 보다 높은 품질을 생산하려 노력할 것이냐의 차이일 뿐이죠. 시장은 어떤 방식으로든 각자의 필요에 따라 모든 것을 구매하고 사용합니다.


생두가 건조되는 과정에서도 다양한 농장에서 온 커피의 냄새를 맡아보면서 이 천차만별의 다양함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주최측의 커피와는 상관없는 생두를 맡아볼 기회가 있었는데 헛구역질이 날 정도로 역한 냄새가 났습니다. 석유 다음으로 거래량이 많은 농산물인 커피인 만큼 품질도 제각각입니다.


 


Scene 3#


다음 프로젝트의 견학을 위한 농장은 이곳에서도 산악용 차량으로 3시간 이상을 움직여야 나오는 해발 1350m의 산악 지역에 위치해 있었습니다. 


커피 생두를 수입하며 로스팅하는 전문가들도 많이 있어 커피 농장에 대한 경험이 많은 이들에게도 산과 산 중턱에 백두산 천지처럼 펼쳐진 화산지대의 큰 호수와 구름이 걸쳐진 풍경, 그리고 사람의 발길이 닿기 힘든 곳에서 자라고 있는 커피 농원은 이들에게도 탄식을 자아내기에 충분한 장면이었죠.


전체 생산량의 25%가 로스라고 설명하는 부분은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유기농으로 재배하는 과정에서 마주하는 필연적인 부분이라는 설명이 덧붙여졌습니다. 다양한 종류의 벌레들이 커피나무를 습격하는데 이것이 반드시 나쁜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러한 농장 방문의 마지막에 다섯 가지의 커피를 테이스팅하는 프로그램을 가졌습니다. 인도네시아의 생두 품질 평가사들과 함께한 이 세션은 캠프에 참가한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줬습니다.


생두의 마지막 과정에서 여인들의 손길을 거쳐 불량두를 선별하는 과정들과 일터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이 곳의 커피 품질이 높은 이유는 사람들의 착한 마음과 성실함이 담겨 있기 때문인듯 했습니다.


Scene 4#


프로그램의 마지막 날 밤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납니다. 참가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왜 우리는 여기에 있는가’를 주제로 각자의 의견을 종이에 써내고 그것을 다른 참가자들이 읽어주며 공감하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결국 자연에게 받은 혜택을 전문가인 우리는 이야기 해야하고, 그것을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일련의 마음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오랑우탄 커피 프로젝트’는 어떤 기업을 위해 존재하지 않고, 자연과 인간의 상생을 모토로 누구에게나 열려있다는 것에 참가자들은 공감했습니다. 수입업자, 중개업자의 의미는 없습니다. 누구나 이곳의 품질을 신뢰하고 이들의 철학과 운동에 참여하고 싶으면 그 순간부터 프로젝트는 시작되는 것이니까요.


헤어짐을 앞두고 많은 이들이 서운해 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2015년 DC 캠프는 커피란 매개체를 통해 전 세계의 커피 애호가들을 하나의 끈으로 연결해준 열정이 넘치는 순간이었습니다.




Epilogue#


눈을 뜨고 다시 에스프레소 한 잔에 집중합니다. 호수와 커피나무를 보호하기 위해 심겨져 있던 오렌지 나무와 바나나 나무가 필름처럼 지나갑니다. 코 끝을 타고 넘어오는 향을 목에 가두니 왠지 모를 감동이 전해집니다.


소비자는 알 수 없는 그 무수의 프로세스를 지나 오로지 정직함과 정배열을 위해서 어디선가 고군분투하는 이들의 땀방울을 응원합니다. 그것이 다양한 형태의 직업으로 우리의 삶에 다가오는 것이니까 말이죠.


거짓 착함으로 위장하며 마케팅의 소재로 삼고 있는 교활한 시대에서도 우리의 지혜는 세상을 변화시킬 것입니다. 모두의 건강을 기원합니다.


 


전용(Jonny Jeon)

Dalla Corte S.R.L

한국에서 오랫동안 바리스타였던 전용 Pro는 각종 대회 수상, 유명 커피 프랜차이즈 론칭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다가 이태리로 건너가 세계 유명 커피 머신 회사인 Dalla Corte S.R.L에서 Pro로 일하고 있으며 회사의 주요 프로젝트로 육성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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