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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05 (토)

칼럼

[전용의 Coffee Break] Cafezal

Prologue #

아침에 눈이 말똥말똥해져 일어나보니, 시계는 새벽 4시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창문을 열어보지 않아도, 스며드는 빛 없이 고요한 방안의 공기가 이를 확인시켜 줍니다. 환절기마다 찾아오는 불청객은 일교차가 큰 탓에 온도가 최저로 떨어지는 시간대에 몸의 변화를 감지하고 깨어나는 것입니다.



Scene 1 #

하지만 다른 이유도 있다고 합니다. 우리가 무언가에 대한 불안을 가지고 있다면, 혹은 스트레스로 작용하는 무엇이 있다면, 이 모든 무의식적 요인들은 불안을 일으키고, 우리의 뇌는 이 문제에 대해서 수면 중에 반응한다고 합니다.


불안은 직접 중추신경계의 변화를 가져오고, 이 변화는 수면 주기와 관련된 신경 화학적, 생화학적 시스템들에 또 다른 작은 변화를 야기시킨다고 합니다. 분절 수면을 일으키는 불안은 우리의 몸과 정신을 복원할 수 있는 깊은 수면의 단계를 방해한다고 하네요. 주로 봄이나 가을철의 환절기에 그런걸 보면, 계절의 변화에 몸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라 생각이 듭니다. 그것이 무엇이든지 갑작스런 변화는 그 자체가 평온을 깨뜨리는 것입니다.



Scene 2 #

이탈리아는 최근 2019년 경제 전망을 내놓으면서, 대내외적으로 시끄럽고 불안한 상태입니다. 세계 경제성장률 둔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유로 존의 리스크로 부각되는 영국의 브렉시트 유로 존 탈퇴와 이탈리아의 부채상승, 성장률 둔화에 관한 부분이 밝지 못하다는 이유입니다.


이탈리아의 GDP 성장률은 적어도 2023년까지 매년 1% 미만이 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합니다. 2018년 한국의 경제 성장률이 2.7%인 데 반해 현저하게 낮은 수치입니다. 국제 통화 기금(IMF)은 ‘이탈리아의 성장’을 ‘Article IV’보고서 에세이를 통해 밝힌 내용이죠.


예상과 현실의 격차가 얼마나 벌어질는지는 속단하기 이르지만. 적어도 그것이 미칠 파장이 적지 않음을 우리는 예상할 수 있습니다. 내수의 바로미터인 외식업계에 불러오는 파장은 그야말로 ‘직격탄’이라 할 수 있지요. 



최근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외식산업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외식업 경기지수는 비교 가능한 공개 통계 지표에서 역대 최저 수준을 이어갔습니다. 지난해 1월 69.45%에서 출발해 4월 68.98%로 하락한 후 7월에는 67.41%로 하락 이후 변동 없이 12월까지 계속 유지 중입니다.


외식업 경기지수는 50~150을 기준으로 100이 초과하면 성장, 100 미만이면 악화를 의미하는데, 외식산업연구원은 60 후반 대에 머무는 가장 큰 요인으로 임대료, 인건비, 원자재 값 급등을 꼽았습니다. 현재 대한민국의 자영업자 수는 568만 명, 하루 약 3000명이 새로 가게를 열고, 2300명이 문을 닫는 현실입니다. 현재까지 자영업자 폐업 광풍이 언제 멈출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Scene 3 #

반면, 이탈리아의 커피숍과 레스토랑의 폐점률은 한국에 비하면 낮은 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영업자들은 새로운 창업을 하는 데 두려움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기존의 매장을 유지하는 데 있어서도 백기투항을 하고 있습니다. 몇 가지 이유를 찾아 볼 수 있는데요.


첫째는 하나의 점포를 오픈하고 폐업하는 행정적 절차와 시기가 매우 까다롭습니다. 단 몇 개월이면 인테리어와 점포 준비 행정적인 업무의 마무리가 신속하게 완료되는 한국의 시스템과는 다르게 이곳에서는 인내심을 필요로 합니다. 하루가 다르게 유행이 변화하는 한국의 실정에서 속도에서 뒤쳐지면, 창업에도 큰 부담으로 작용합니다. 대신 반대의 관점에서 접근한다면,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탓에 졸속창업으로부터 조금은 벗어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인건비와 세금에 대한 부담, 좋은 인력 수급의 어려움 때문에 골머리 앓는 이곳도 결국에는 가족 형태로 그것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22%의 부가세를 부가하고 최저임금의 수준을 높이면서, 이곳의 많은 숍들은 직원 형태를 단기 근로자의 형태로 전환시키고, 가족처럼 일하던 직원들을 정리해야 했습니다. 이탈리아 내부에서도 정책적 실패였음을 시인하고 있는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편으로 가족 중심 운영을 채택했습니다. 물론, 가족과 함께 일하면서 행복을 찾는 이들의 문화도 반영됐죠.


세 번째, 패션과 같은 유행은 역동적으로 변화하지만, 미식과 관련한 트렌드에서는 속도가 매우 느립니다. 적어도 하나의 레스토랑이나 커피숍이 새로운 유행을 이끌려면 그것의 퀄리티가 전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이탈리안 음식, 커피를 압도할 수 있는 무엇이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치열한 경쟁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겉으로만 화려해 보이는 점포들 보다는 실제적인 콘텐츠가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뉴욕이나 런던에서 유행한다고 해서 이곳에서 반드시 성공하리란 보장은 없습니다.


창업의 어려움 속에서도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기 위해 탄생한 커피숍을 발견해 소개하려 합니다. 작은 공간이지만, 새로운 트렌드 명소로 자리 잡길 원하는 매장 ‘Cafezal’입니다.
 
Scene 4 #

Cafezal은 밀라노의 가리발디 역에서 700m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인근에는  뽀르따 누오바가 자리한 중심가이지만, 카페가 있는 골목은 인적이 드물고 한적한 곳입니다. 메인 거리의 뒷골목 상권이라고 보면 이해가 빠르겠네요. ‘이곳을 누가 알고 찾아와 커피를 마실까’란 의문이 들 정도로 오후 시간에는 적막감마저 듭니다.


Cafezal은 포루투칼어로 ‘커피농장’을 의미하는 단어입니다. 모든 Cafezal에서 커피의 맛은 자연과 생산자의 수백만의 헌신으로부터 나온다며 이들은 소개하고 있었습니다. 구글에도 현재까지는 평점 만점을 기록하고 있는데, 아직 오픈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새내기 매장인 이유도 있지만 소수의 마니아 층을 형성하고 있죠.
 
Cafezal의 주인은 브라질에 이주한 이탈리아인 부모 밑에서 태어난 까를로스입니다. 이러한 환경적 요인은 커피로 우수한 브라질과 전 세계 에스프레소에 영향을 끼친 이탈리아, 그리고 트랜드의 중심 런던까지 까를로스에게 영향을 끼칩니다.



까를로스는 영국의 런던에서 제 3의 물결 커피의 가능성을 발견합니다. “나는 이탈리안 에스프레소의 전통을 알고 있다. 영원한 매력을 지닌 이야기지만, 이미 다른 나라에서 잠깐 동안 일어났던 품질의 도약이 필요로 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밀라노에서 Cafezal의 탄생은 이 도시에서 바를 다시 번성 시키려는 욕망에서 비롯됐다.”고 합니다. 모든 커피는 스페셜 티에 초점을 맞췄고, 스펙트럼이 넓고 맛이 좋으며 토스트 향이 나는 최고급 커피입니다.


이들은 커피를 블랜딩하지 않았는데요. 이유는 생산자의 작업을 향상시키기 위함이죠. 가장 매력적인 농장에 집중하고자 하는 것이 그 이유라고 말하며, 6월에서 9월까지 원산지를 달리하는 콩을 선택하고, 마지막 커피 여행 이후에 60종류의 컵을 테이스팅 하고 최종 선택을 하는 과정입니다.


Cafezal에서 판매되는 커피는 에스프레소와 V60, Chemex와 같은 필터커피와 차가운 물로 내리는 콜드브루와 모카커피까지 다양하게 준비돼 있습니다. 이곳의 인테리어는 디테일까지 꼼꼼하게 신경을 썼는데, 매끄러운 가구와 그래픽 패턴은 자연에서 영감을 받아 대도시의 분위기를 재해석 했다고 합니다. 당초에는 빈티지 스타일을 만들고 싶었지만 연한 회색에서 진한 파란색까지 가장 현대적인 톤으로 구성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브라질 커피라고 말하면, 단순하게 많은 양을 생산하는 나라로 인식하고 습니다. 그렇지만 브라질에는 많은 양질의 커피가 있긴 해도 90년대 콜롬비아처럼 마케팅에 초점을 두지 못한 관계로 전체적인 생산지의 커피가 저렴하게 인식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매장을 찾는 소비자에게 인식전환의 계기가 되기를 바라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자연이 제공할 수 있는 최고의 커피원두를 생산하고 수확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Scene 5 #

마지막으로 훌륭한 커피는 어떻게 다른가에 관해 까를로스의 의견을 들어봤습니다. “가장 잘 알려진 제품, 와인을 비유해보면 좋을 것 같다. 와인은 포도의 지리적 기원, 빈티지 및 생산 방법에 기반한 다양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바롤로와 그랑끄루 떼루아의 와인과 테이블 와인의 차이를 상상해 보자. 커피도 마찬가지다. 사실 이탈리아와 세계에서 소비되는 커피의 95%는 소위 상품곡물에서 나온다. 스페셜한 커피는 아로마가 다채롭다, 커피 자체의 부드럽고 벨벳 같은 바디에 주의를 기울이라. 이 방법으로 실제로 스페셜티 커피가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다. 볶은 커피콩은 스페셜 티 커피협회가 정한 품질 그레이더에 의해 평가된다. 100점 만점으로 80점 이상을 받는 커피 만 스페셜 티 커피로 간주된다. 거의 대부분의 커피는 90점을 얻지 못하지만 우리는 점수를 얻는 소수의 커피를 찾으려고 노력한다.”


이 프로젝트는 다국적 기업에서 경력을 쌓은 후 커피에 대한 열정을 따르기로 결정한 친구의 열정에서 태어났습니다. 팀의 모든 구성원은 커피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있으며 전 세계의 커피 농장을 재배한다는 분명한 목표로 이 프로젝트에 동참해 항상 최상의 커피를 제공할 수 있도록 커피 가격을 지불한다고 설명합니다. 전통을 재해석하며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는 Cafezal이 어떻게 변화해 있을지 궁금합니다.
최근 세계에서 가장 비싼 커피 가운데 하나로 불려졌던, 루왁(사향 고양이커피) 대신, 커피를 먹은 코끼리의 배변에서 채취한 커피를 사용하는 코끼리 똥 커피에 관한 기사를 읽었습니다. kg당 200만 원 판매되고 있다고 하는데요. 그것의 희소성 때문이겠지요. 누군가는 사는 이들이 있기 때문에 그것을 판매하는 상인들도 존재합니다. 동물을 이용한 방식으로 스토리를 부여해 부가가치 높은 제품을 생산하려는 이들의 노력이 좋아 보이지는 않지만, 비즈니스의 세계의 관점에서는 그들만의 방식을 존중해야 할 테죠.


Epilogue#

불황임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이럴수록 마음의 평정을 되찾고, 작은 변화를 통해서 새로운 출구를 모색해야 할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모든 자영업자에게 응원을 보냅니다.


전용(Jonny Jeon)
Dalla Corte S.R.L
한국에서 오랫동안 바리스타였던 전용 Pro는 각종 대회 수상, 유명 커피 프랜차이즈 론칭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다가 이태리로 건너가 세계 유명 커피 머신 회사인 Dalla Corte S.R.L에서 Pro로 일하고 있으며 회사의 주요 프로젝트로 육성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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