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0.1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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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



Prologue #

가을이 부는 아침에 눈을 뜨면 도화지처럼 파란하늘이 창문 사이로 인사합니다. 졸린 눈을 비비며 ‘좋은 아침이야’라고 화답하려 신선한 공기를 힘껏 마십니다. 뜨거운 태양 때문에 자전거의 페달을 밟는 것은 생각지도 못했는데, 지구의 공전은 가을의 중심으로 우리를 안내했습니다. 왠지 서정적으로 보이는 낙엽들을 즈려밟으며 밀라노의 상징 ‘스포르체스코 성’ 주변을 자전거 바퀴가 힘차게 굴러갑니다. 붉게 물들어가고 있는 나뭇잎 사이로 가벼운 가을 소풍을 즐기는 아이들, 강아지와 산책을 나온 사람들, 다양한 풍경들이 지나칩니다.


Scene 1 #

이런 날에는 왠지 바리톤 가수 김동규의 ‘10월의 어느 멋진 날’이 떠오릅니다. 노르웨이 출신 뮤지컬 가수 엘리자베스 안드레아센이 ‘Danse mot var’란 제목으로 1992년 발표한 것이 원곡인데요. ‘봄을 향해 춤을 춘다’란 의미의 제목은  ‘10월의 어느 멋진 날’과는 계절적으로도 다른 배경을 갖고 있습니다.
이 곡의 작곡가는 노르웨이 출신 ‘Rolf Lovland’로 피아니스트이기도 한 그는 아일랜드 출신의 바이올리니스트 Fionulla Sharry를 만나 듀오 ‘시크릿 가든’을 결성하고 1996년 ‘Serenade to spring’이란 연주곡으로 편곡해 유명해집니다.


이를 한국에서는 한경혜 작사가의 아름다운 가사, 김동규 바리톤의 심금을 울리는 선율로 유명해진 곡입니다. 원곡도 누가 그것을 해석하고 연주하느냐에 따라 다른 감성을 선사하지요. 마치 오늘 제가 방문했던 35년 만에 이탈리아에 입성한 ‘스타벅스 리저브’처럼 말이죠.


스타벅스 리저브 매장은 전 세계인의 주목을 받으며, 준비기간 3년의 대장정을 거쳐 마침내 밀라노 최고의 핵심 상권인 두오모 광장 바로 인근 옛 우체국 자리에 오픈했습니다. 한국에 비유하자면, 청담이나 압구정 노른자 자리에 위치한 것이죠.


700평의 규모로 유럽에서 가장 큰 스케일을 자랑하는 리저브 매장은 미국, 상하이 이후 유럽 최초의 매장입니다. 150명의 매장 직원, 150명의 이탈리아 본사 직원이 상주하는 메머드급 콘셉트 스토어입니다. 오픈 첫날부터 이 곳을 방문하길 원하는 전 세계의 관광객들과 이탈리아의 청소년들에게 이곳은 마치 아일랜드의 ‘기네스 맥주 공장’처럼 보입니다.


현지인들의 사랑을 받게 될 수 있을지는 아직까지는 미지수입니다. 브랜드에 열광하는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선망의 대상이 될 수 있겠죠. 그렇지만 1유로에 양질의 에스프레소를 마시는 게 삶의 관성처럼 돼버린 현지인에게는 잠시 흥미로운 볼거리 정도는 되겠지만, 스탠딩 커피를 위해 이곳을 방문하는 이들이 늘어날지는 지켜봐야 하는 상황입니다. 관광객과 밀라노에 사는 외국인들을 상대로 이미 절반의 성공을 점치는 이들의 행보가 현지 로컬들과 어떻게 소통하게 될지 궁금합니다. 스타벅스 리저브에 대한 소식은 다음 달 지면을 통해서 보다 자세하게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Scene 2 #

오늘은 화려하진 않지만, 지역의 주민들의 삶에 깊숙하게 자리잡아 소통하고 있는 카페테리아를 소개하려 합니다. ‘꼬레짜나(Correzzana)’는 밀라노에서 30여 분 떨어진 곳에 위치한 프로빈차 몬차에 포함된 코무네(이탈리아에 있는 행정 구역으로 현 아래에 해당(기초자치단체)입니다. 2001년까지만 해도 1849명이 거주했는데, 현재는 약 3000명으로 크게 증가를 했습니다.



오늘의 주인공은 카페테리아 비스타입니다. 이탈리아어로 비스타(Vista)는 영어로 뷰(View)와 같은 뜻을 지니고 있는데요. 이곳의 이름이 이렇게 지어진 이유는 이 매장을 운영하는 두 동업자의 이름을 따서 만들어진 합성어입니다.


비첸초(Vicenzo)의 비와 스타자(Staza)의 스타가 합쳐져 탄생한 비스타. 공동의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두 사람이지만, 자신만의 개성과 열정을 지니고 있었는데요. 비첸초는 와인에 대한 남다른 열정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매장 입구에 들어서면 왼편에는 다양한 와인이 전시돼있습니다. 와인마다 생산지 별 국기가 표시돼 있고요. 이곳에서 판매하는 와인들은 슈퍼마켓과 같은 곳에서는 구입할 수 없는 특별한 와인들로 구성했다고 합니다.



와인을 구매하기 위해서 와인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숍인 에노테카에 가지 않아도, 국가별 와인의 특성을 최대한 찾아내 고객에게 전달하고 있었습니다. 에노테카는 지역의 거주자, 방문객이나 관광객들에게 와인 시음과 그것을 구매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가게입니다. 와인 라이브러리의 형태는 이탈리아에서는 매우 오랜 전통을 지닌 형삭의 매장입니다. 예를 들면 안티노리 숍과 같은 경우에는 1세기를 넘게 이어져오고 있습니다.


유명한 브랜드의 와인 생산지보다 덜 알려졌지만, 품질이 좋고 특별함을 지닌 와인을 선별해 소비자와 연결해 주는 가교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물론 이곳은 와인 판매상이 주목적은 아닙니다. 다만, 그의 열정의 표현입니다. 한국에서는 커피숍에서 이런 방식으로 전시나 판매가 이뤄지면, 정체성을 잃어버리기 십상이지만 이곳은 다릅니다. 이러한 이유로 ‘스타벅스 리저브’가 커피 이외에 피자, 젤라토, 칵테일에 나름 심혈을 기울인 이유이기도 합니다.


또 다른 동업자 스타자는 커피애호가 입니다. 아직은 브루잉이나, 사이폰, 에어로 프레소와 같은 다양한 추출방식의 커피를 제공하고 있지는 않지만, 보다 품질이 높은 에스프레소와 카푸치노를 제공하려고 열정적으로 커피 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지역민들을 위해서 한 달에 한 번 새로운 커피를 시음하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었는데요. 9월 둘째 주 마지막 토요일에 열리는 ‘비치발리볼’ 행사는 벌써 6년째 개최되고 있습니다. 3000명이 거주하는 지역에서 1500명의 지역민들이 참가하는 열기가 뜨거운 행사입니다. 비스타가 지역 코무네와 함께 행사를 주최해 주민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는 것이죠. 이 행사는 야외주차장에 대형 트레일러에 모래를 싣고 와서, 이곳을 비치발리볼 경기장으로 만들어 버립니다. 바다가 아니지만, 분위기는 여느 바닷가 못지않은 축제 분위기를 만들어 냅니다. 다양한 음식을 판매하는 푸드 트럭도 가세해 하루 종일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소시지, 파스타, 그릴, 파니니 등의 먹거리를 제공합니다. 비스타는 행사 기간 동안에 이곳의 메인 바 역할을 하게 됩니다.


Scene 3 #

샴페인, 칵테일, 와인, 커피 등을 즐기기 위해서 이틀 동안 이곳을 숨쉴 틈 없이 분주합니다. 토요일은 오후 6시부터 댄스공연, 필라테스, 줌바, 비치볼, 파이팅 클럽, 축구, 러닝, 트래킹, 등의 다양한 커뮤니티가 자신들의 클럽을 소개하고, 짧은 시연을 펼칩니다. 오후 9시 30분부터는 라이브 재즈밴드의 공연이 펼쳐지면서 이벤트는 점점 무르익어 갑니다. 비스타는 금요일부터 일요일 오후까지 앉을 자리가 없다고 합니다. 이곳에는 아페리티보를 즐기기 위한 젊은이들로 가득 찹니다.



불과 십여 미터 떨어진 곳에도 카페가 존재하지만 그 곳이 텅텅 비는 이유는 지역민들의 정서와 부합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인구는 많지 않지만 생활수준이 높은 동네로, 유명한 축구선수와 연예인들도 거주하며, 해외로 수출하는 럭셔리 가구 생산지를 비롯한 야마하의 이탈리아 전진 기지, KLM 등 이 인근에 있어 10% 정도의 외국인들이 이곳을 찾는다고 합니다.


이탈리아에서 바는 커피를 마시기 위한 장소이기도 하지만, 훌륭한 바는 지역에 활기를 부여하고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기도 합니다. 일전에 소개해 드렸던 ‘그리소’란 로스터리 숍은 초콜릿 행사를 기획해 수 천명의 사람들이 참여하는 큰 행사를 만들어 내기도 했지요.


Scene 4 #

전 세계의 커피 애호가를 열광시킨, 스타벅스 리저브의 밀라노 오픈과 동시에 작은 동네에서 지역의 주민과 소통하며 조용히 빛나는 바(Bar)를 바라보며, 잠시 생각에 빠져듭니다. 우리는 어떤 의미를 입고 먹고 마시는지 말이죠. 무엇이 우리들로 하여금 카페 혹은 바로 발걸음을 옮기게 하는 걸까요? 크리스토프 르페뷔르는 ‘카페의 역사’에 대해서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프랑스는 1차 세계 대전 이전에 무려 50만 곳에 달하는 카페가 있었다고 합니다.



10만 곳의 커피숍을 돌파하며, 커피 공화국이라 불리는 오늘날의 대한민국과 비교해도 상상을 초월하는 숫자입니다. 사회의 모든 계층이 드나들며 삶을 즐기고, 예술가들은 글로 그림으로, 노래로 카페를 찬양했습니다. 수많은 이들이 이 곳을 드나들면서 역사적으로 굵직한 사건들의 현장이 되기도 했으며, 무수한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불어넣는 장소이기도 했지요. 카페 예찬론을 펼치고 싶어서 과거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 변화하는 시대에 맞게 용도도, 가치도 빛깔을 바뀌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치 않는 한 가지는 이곳이 단순하게 음료만 판매하는 곳 이상의 의미를 지니며 진화해 온 것입니다. 잠시 사색에 잠겼네요.


Epilogue #

가을입니다. ‘10월의 어느 멋진 날’ 의 가사처럼,
주위에 소중한 분과 함께 ‘커피 한 잔’ 어떠세요?

눈을 뜨기 힘든 가을 보다 높은
저 하늘이 기분 좋아
휴일 아침이면 나를 깨운 전화
오늘은 어디서 무얼 할까
창밖에 앉은 바람 한 점에도
사랑은 가득한걸
널 만난 세상 더는 소원 없어
바램은 죄가 될 테니까

가끔 두려워져 지난 밤 꿈처럼
사라질까 기도해
매일 너를 보고 너의 손을 잡고
내 곁에 있는 너를 확인해
창밖에 앉은 바람 한 점에도
사랑은 가득한 걸
널 만난 세상 더는 소원 없어
바램은 죄가 될 테니까

살아가는 이유 꿈을 꾸는 이유
모두가 너라는 걸
네가 있는 세상 살아가는 동안
더 좋은 것은 없을 거야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전용(Jonny Jeon)
Dalla Corte S.R.L
한국에서 오랫동안 바리스타였던 전용 Pro는 각종 대회 수상, 유명 커피 프랜차이즈 론칭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다가 이태리로 건너가 세계 유명 커피 머신 회사인 Dalla Corte S.R.L에서 Pro로 일하고 있으며 회사의 주요 프로젝트로 육성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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