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가치, 경영. 낯익은 단어들이지만 ‘공유가치 경영’이라는 합성어는 낯설기만 해서 몇 번이고 다시 되뇌게 된다. 하버드대의 마이클 포터 교수가 전파하고 있는 공유가치 경영(CSV : Creating Shared Value)은 기업 활동의 목적인 이윤 창출과 사회적 가치를 결부시켜 기업경영의 목표로 삼는 것을 말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경영(CSR :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과 비슷하지만 CSR이 사회 공헌과 이익창출을 분리해서 보는 반면 CSV는 사회 공헌을 기업의 장기적인 발전과 경쟁력 향상을 위한 투자로 여기며 양립을 전제로 한다.
호텔들은 크리스마스, 연말 등 기념일에 성금전달, 김장나누기, 재능기부와 같은 지역사회에 보탬이 되는 것을 중요하게 여겨 왔다. 하지만 행사 성격상 단발성에 그치고, 보여주기식 행사라는 눈총을 받기도 했다. 사회적 이슈에 대한 청년들의 관심도가 높아지고, 지속가능한 기업발전이 화제로 대두되며 호텔의 사회적 공헌활동에도 차츰 변화가 일어나는 중이다. 국내에는 공유가치 경영을 내세운 신규호텔이 개관했고 기업과 사회 양측의 발전을 함께 도모할 수 있는 경영에 대한 창의적인 아이디어들이 등장하고 있다.

취재 김유리 기자

재능기부, 교육 프로그램 통해 미래 인재 확보 및 고객창출
전 세계 힐튼 브랜드 호텔들이 함께 참여하는 ‘2015 글로벌 먼스 오브 서비스’는 2012년 이후 네 번째로 진행되는 기업의 사회 공유가치 창출 프로그램이다. 밀레니엄 서울힐튼은 지난 해 호텔 각 부문의 임직원들이 백석예술대학교 관광학부를 방문해 호텔 경영과 관련된 경험을 나누는 멘토링 시간을 가졌다. 이창욱 밀레니엄 서울힐튼 인사총무담당 상무는 “힐튼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열정이 밝은 미래를 열어갈 학생들에게 전해지고 이를 바탕으로 형성된 인재풀이 밀레니엄 서울힐튼의 미래 자산이 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처럼 멘토링에 참가한 학생들은 선배 호텔리어로부터 생생한 현장 경험을 전해들을 수 있고, 호텔에게는 밀레니엄 서울힐튼에 대한 정보를 얻은 학생들이 사회로 진출할 시 보다 우수한 인재들을 확보로 할 수 있게 연결되는 것이다.
이런 재능 기부는 주로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됐는데 제주신라호텔의 ‘맛있는 제주만들기’는 지역 내 소상공인들과 제주도 내 관광 산업까지 긍정적인 영향을 주며 우수한 사례가 되고 있다. 프로그램의 내용은 제주신라호텔의 셰프들이 지역 내 음식점을 찾아 새롭게 컨설팅하고 교육해 음식점을 재개업할 수 있게 돕는 것으로 호텔의 이미지 제고는 물론이거니와 식당을 찾은 고객들이 제주신라호텔로 숙박을 하게 된다거나 호텔의 레스토랑을 이용할 수 있는 통로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의 수익 창출과 연관돼 지속적인 발전을 가능케 한다.
그런가 하면 오픈 전부터 공유가치 구현에 대해 고민하고 사회적 공헌활동에 관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고객에게 제안하는 호텔 카푸치노가 지난 11월 개관했다. 이소정 총지배인은 “사회적 가치에 대한 존중과 실현을 위한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콘셉트가 호텔 카푸치노 만의 개성으로 자리 잡아 추후 리핏 게스트 창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이윤창출과 공공적인 가치를 함께 지향하는 공유가치 경영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INTERVIEW

놀이처럼 즐길 수 있는 다양한 Cappuccino Shared Value 프로그램으로
사회, 환경 문제에 밝은 밀레니얼 세대 고객의 공감 이끌어낼 것

호텔 카푸치노 이소정 총지배인

Q. 다양한 공유가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간단하게 내용 설명 부탁한다.
호텔 카푸치노는 공유가치 창출을 지향하는 Cappuccino Shared Value 프로그램을 손님들이 의도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참여할 수 있도록 호텔 곳곳에 숨겨 놨다. 카푸치노 공유 가치의 프로그램의 핵심 중 하나인 E&G Box는 객실에서 여분의 어메니티를 사용하지 않을 경우 엔젤 쿠폰으로 기부를 하거나 커피로 교환할 수 있으며, 불필요한 소비를 줄일 수 있는 친환경 디스펜서 목욕 용품, 레스토랑, 카페, 바에서는 먹기만 해도 수익금의 일부가 기부되는 Angel’s Menu, 버려지는 옷을 나눔으로 활용할 수 있는 Share Your Clothes 등 작은 관심으로도 모이면 큰 효과를 줄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됐다.

Q. 꽤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이런 공유가치 프로그램을 통해 어떤 효과를 기대하고 있는가?
초기 기획 단계부터 많은 고민을 했다. 그 중 고르고 고른 것이 이 정도다. 기획 당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호텔 카푸치노에 머무르기만 해도 천사가 돼 나갈 수 있는 ‘착한 호텔’을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그로 인해 공유가치에 대해 몰랐던 손님도 호텔 카푸치노를 이용하면서 자연스럽게 공유가치 창출에 참여할 수 있고 여행, 더 나아가 라이프스타일이 또 다른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 요즘 밀레니얼 세대들은 사회적 이슈나 도시에서 파생되는 문제들에 대해 높은 관심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의외로 어떻게 참여 해야할 지 방법을 모르는 이들이 많은데 호텔 카푸치노가 그들에게 호텔에 머무는 동안 안내자 역할을 하는 플랫폼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또한 공유가치 경영은 기업의 이윤창출과 사회적 가치 실현이 양립되는 지속가능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제 호텔이 디자인만으로 경쟁력을 갖는 시대는 지났다. 차별화되고 색다른 콘셉트만이 고객의 눈길을 끌 수 있다. 호텔 카푸치노는 사회적 문제에 대해 계속해서 물음표를 던지며 고객들에게 공감을 이끌어 내고 리핏 게스트를 창출해낼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단시간에 이뤄내기는 힘들겠지만 우리가 꿈꾸는 사회를 함께 희망하는 이들이 호텔의 고객층으로 흡수될 것이라 생각한다.

Q. 고객들의 참여율과 반응은 어떠한가?
생각보다 많은 손님들이 참여하고 있고 특히 Angel’s Menu 중 하나인 스페셜 카푸치노가 가장 인기가 좋다. E&G Box의 경우 엔젤 쿠폰의 50% 정도는 기부로 이어져 나쁘지 않은 결과인 것 같다. 이처럼 신선한 시도라고 좋아하는 고객이 있는 반면, 호텔에 쉬러왔는데 해야할 일이 많다고 불편함을 느끼는 이들도 더러 있다. 기획 단계에서도 예상했지만 아직 한국의 호텔 문화에서 호텔 카푸치노의 시스템은 다소 생소하고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호텔 카푸치노의 공유가치 프로그램은 손님이 참여 여부를 선택할 수 있다. 엔젤 쿠폰을 받기 위해 억지로 E&G Box를 사용하지 않을 필요는 없다. 다만 평소 의식하지 않았던 환경, 사회적 이슈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는 계기가 된다면 그것은 매우 반길 일이다. 매번 회의를 통해 카푸치노 공유가치 프로그램을 어떻게 하면 부담감 없이 놀이처럼 즐기고 호텔 본연의 휴식공간이라는 기능과 어우러질 수 있을지 회의를 통해 보완해가고 있다. 그렇다면 추후 서로가 만족할 수 있는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 호텔의 틀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Q. 타 호텔들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기 위해 기부, 에너지 절약 행사 참여 등을 실시하고 있다. 호텔 카푸치노 공유가치 프로그램만의 차별화 전략은 무엇인가?
가장 큰 차이점이자 특징은 손님과 ‘함께’ 참여하는 프로그램이라는 점과 ‘지속적’이라는 것이다. 1년 365일 호텔이 운영되는 한 Cappuccino Shared Value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손님이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젊고 스타일리시한 분위기를 놓치지 않으면서 공유가치 창출에 조금 더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그리고 손님이 부담스럽지 않게 원하는 만큼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Q. 앞으로 좀 더 시도해보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현재 호텔 카푸치노의 공유가치 프로그램은 ‘공유가치 창출’이라는 큰 틀에서 본다면 걸음마 수준이다. 앞으로는 호텔이 지원하는 단체와의 프로모션, 신진 아티스트의 전시를 위한 공간 공유, 지역 사회와의 협업, 파티 및 이벤트를 통한 코즈 마케팅 등 다양한 방법으로 그 영역을 넓혀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할 예정이다.

<2016년 2월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