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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 리조트

[Hotel Show IssueⅡ] 호텔쇼로 살펴본 침구 트렌드는?

- 각 브랜드 폴란드 구스 도입으로 B2B 시장 공략
- 친환경 움직임도 돋보여... 아직은 B2C 시장에 비해 활성화 미진



제8회 호텔쇼가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이번 호텔쇼에선 여러 다양한 침구 업체가 참여해 호텔 침구에 대한 트렌드를 제시했다. 침구는 고객이 가장 많은 시간 살을 부대끼는 아이템이라는 점에서 호텔의 처음이자 끝이라 할 만하다. 때문에 침구는 호텔이 고객에게 줄 수 있는 여러 인상 중에서도 가장 우선해야 하는 포인트다. 호텔쇼에서 여러 업체를 돌아본 후 파악했던 호텔 침구의 최신 트렌드는 ‘폴란드 구스’였다. 기존에 인기를 끌었던 헝가리 구스를 제치고 폴란드 구스가 부각되는 모습을 보였다.

사육 기간 길고 입자 발달한 폴란드 구스
한 메이저 침구업체가 내놓은 폴란드 구스가 침구 시장을 휩쓴 이후, 여러 업체가 이러한 트렌드를 발 빠르게 도입해 상품을 내놓고 있다. 폴란드는 국가 차원에서 구스를 관리하기 때문에 품질에서 한 차원 더 높은 수준에 있다. 호텔쇼에 참가한 각 업체는 폴란드 구스를 다른 산지 상품보다 프리미엄 제품으로 제시하고 있었다. 

필 파워는 다운 1온스(28g)를 24시간 압축한 후, 압축을 풀었을 때 부풀어 오르는 정도를 말한다. 즉 복원력을 나타내는 기준이 된다. 폴란드 구스는 캐나다 구스를 비롯해 시베리아와 헝가리 구스에 비해서도 상대적으로 우수한 필 파워를 지니고 있다. 대승무역 김수현 이사는 “헝가리보다 폴란드가 더 춥다 보니 ‘다운볼’이라 해서 입자가 많이 발달해 있고 필 파워도 조금 더 높다.”고 설명했다. 

폴란드 마더구스의 경우 유일하게 현존하는 필 파워 1000FP의 제품으로 사육 기간도 3년에서 5년으로 매우 긴 편이다. 마더구스는 암컷 거위로 번식을 위해서 사육되고 식용으로 쓰이지 않는다. 한 단계 아랫급인 폴란드 A1 구스의 경우도 사육 기간이 1년 이상이기 때문에, 90일에서 100일 사이로 사육하는 헝가리산에 비해 밀도가 높다. 이는 폴란드가 국가 차원에서 거위를 관리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국가가 주도적으로 나서기 때문에 균일한 품질의 구스를 내놓을 수 있다.

폴란드 구스는 캐나다 구스와 백조를 교합해 탄생한 종으로 검은 털이 없고, 거위 털 자체도 순백색을 띤다. 블랙 포인트가 제품에 있다면 털을 섞어 썼거나 속이는 것이다. 헝가리 구스는 이게 중국산인지 헝가리산인지 일반인이 눈으로 확인할 방법이 없다. 각 업체가 프리미엄 제품으로 폴란드 구스를 내놓는 것도 일반인이 눈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폴란드 구스는 함량도 순수하게 거위 털로 구성된다. 중국에서 가져오게 되면 가공하는 기계에 오리털이 들어있을 수 있어 별도의 협잡물이 섞일 우려가 있지만, 폴란드는 그런 염려가 현저히 낮다. 폴란드 구스가 고급인 이유다. 폴란드 구스가 시장에서 부밍(Booming)한 시점은 작년부터로, 그전까진 헝가리 구스가 대세였다. 비용적인 면에서 조금 더 싸기 때문이다. 알레르망이나 도아드림 등에서 폴란드 구스에 대한 광고를 대대적으로 많이 했고 국내 소비자들도 이젠 폴란드 구스에 대한 인지도와 이해가 높아진 상태다.



폴란드 구스와 함께 친환경 바람 불어
호텔쇼를 찾은 업체들은 폴란드 구스를 중점으로 각기 자신들의 개성을 드러냈다. 그중에서도 빛났던 건 친환경을 제품에 접목하거나 별도의 친환경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들이었다. 어메니티 업계에 친환경 트렌드가 들이닥친 것처럼, 침구 시장에도 잔잔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2018년 태평양물산에서 독립해 자회사로 분리한 리탠다드는 ‘라이프라이크’라는 침구 케어 브랜드를 8월에 론칭, B2C로 진행하고 있다. 라이프라이크는 세탁하기 힘든 구스다운 이불을 대신 관리해주는 개념이다. 주로 혼자 사는 여성들이 많이 찾는다. 리탠다드는 내년에는 B2B로도 침구케어 서비스를 시도할 계획이다. 또한, 지속 가능성에 초점을 맞춰 다운 회수 서비스도 올해 처음 시도하고 있다. 집에서 쓰지 않는 구스 제품을 리탠다드 오프라인 매장에 버리면 회수하는 차원이다. 리탠다드 측은 베트남이나 중국에 회수한 제품을 보내 재공정하거나 의류 브랜드와 컬래버해 옷으로 만드는 계획을 짜고 있다.
구슬립은 털이 빠지지 않고 먼지가 나지 않는 무봉제 제품으로 관람객들의 시선을 끌었다. 천연제품에는 어쩔 수 없이 집먼지진드기가 생긴다. 이런 이유로 구스도 집먼지진드기의 위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집먼지진드기를 잡는 게 구스 침구의 관건이다.

일반적인 이불은 매일 털이 빠지고, 호텔의 경우 매일매일 침구를 갈아줘야 해 애로사항이 많다. 호텔은 환기도 어렵고 먼지도 많아 하우스 키퍼들이 룸을 관리할 때도 지대한 노력이 든다. 구슬립 오지은 대표는 “우리는 봉제 구멍이 없는 구스 제품을 주력으로 한다. 단가가 비싸지만, 털이 안 빠지고 3년이든 4년이든 오래 써도 유지 관리가 편하다.”고 말했다. 이어 “초도 비용은 많이 들어도 하우스 키퍼들이 좋아하니 한 번 구매 경험이 있는 이들은 다음에도 또 찾는 편”이라 전했다. 면은 원단을 직조했을 때 ‘공극(틈)’이 있어, 집먼지진드기가 섬유 사이를 왔다 갔다 하고 먼지도 많이 난다. 구슬립 측은 밀도를 조절한 초극세사를 사용해 먼지가 나지 않는 구스 이불을 개발해 문제점을 해결했다. 

‘아토피, 비염, 알레르기’에 친화적인 침구를 지향하는 곳도 있다. ㈜리빙앤홈의 랜드스케이프 알레린이다. 알레린의 제품은 집먼지진드기를 약품처리 없이 원단 밀도만으로 막는다. 원단의 공극(틈)을 0.5mm로 작게 만들어 약품 없이 집먼지진드기가 살 수 없는 환경을 만든다. 털 빠짐이 없고 형광 물질도 들어가지 않는다. 봉제도 최소화했다. 봉제를 하면 할수록 공극(틈)이 생기고 그 부분으로 실이 들어가면 털이 빠지거나 집먼지진드기가 드나들 가능성 있어서다. 리빙앤홈 장희정 대표 본인도 아토피 질환이 있다. 장 대표는 아토피와 비염 환자가 많아지다 보니, 그쪽으로 특화된 제품을 호텔에 납품해보자는 생각을 하고 사업을 시작했다. 알레린의 원단은 집먼지진드기 투과 테스트를 통과한 고밀도 원단으로 건조가 빨라 장마철에도 쾌적한 것이 특징이다. 먼지를 발생시키지 않아 피부 자극도 낮다. 알레르기성 염료에 대한 한국의류시험연구원의 안전기준치가 50이지만, 알레린은 20으로 기준치보다 현저히 낮은 수치로 통과했다. 현재 알레린의 제품은 B2C를 중심으로 B2B 시장도 공략하려 준비하고 있다. 



침구 시장, 기능성 소재로 외연 확대 중
현재 침구 시장은 기능성 쪽으로 많이 커져 있다. 알레르망이나 세사리빙 등 먼지가 없고 항알레르기를 표방하는 브랜드가 인기를 끈 덕이다. 기능성 소재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도 짙어졌다. 단순히 면 100% 소재라 해서 반응하지 않는 것이다. 이에 따라 폴리에스테르 소재의 마이크로파이버가 떠오르는 추세다. 모달 소재도 인기다. 면 소재가 가장 좋다는 판에 박힌 인식은 이제 깨졌다. 

스탠다드 텍스타일은 듀폰(Dupont)사와 공동 개발한 ‘소로나’라는 소재를 베개와 이불의 충전재로 활용한다. 소로나는 공업용 옥수수에서 추출한 친환경 마이크로파이버다. 싱가포르 마리나베이 샌즈도 이불 충전재로 소로나를 쓰고 있다. 기능 면에서도 구스에 최근접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로나는 구스다운처럼 보온성이 좋고 가벼우면서 복원력도 우수하다. 추울 땐 높은 보온력으로 몸을 따뜻하게 감싸고, 더울 땐 우수한 통기성으로 쾌적함을 주는 게 특징이다. 스탠다드 텍스타일 김선봉 차장은 “국내 호텔이 워낙 보수적이라 내로라하는 곳 중에선 소로나를 도입한 곳이 없지만, 신규 호텔에서는 많이 도입했다.”며 “앞으로 리모델링 등 호텔들이 변화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다면 소로나에 대한 수요도 자연히 발생할 것”이라 주장했다. 그는 “메리어트나 글로벌 체인에서 일회용품 줄이기에 나서는 가운데 침구 쪽으로도 향후 2~3년 안에 친환경 바람이 들이닥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변화 받아들이는 침구 업계, 그에 비해 호텔 업계는?
여러 업체를 돌아본 결과, 주목할 점은 ‘폴란드 구스’, ‘친환경 기능성 소재(마이크로파이버)’ 등 침구 업계가 변화의 물결을 받아들이고 제품에 적용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은 주로 B2C 시장에 한정돼 있고, 호텔이나 리조트 등 B2B 시장에선 아직 제대로 수용되고 있지 않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호텔들이 주로 중국산 구스를 쓴다고 꼬집었다. 변화에 인색하다는 말이다. 호텔 침구가 좋다는 건 옛말이었다. 주로 의류에서 끝난 유행이 침구로 넘어와 시작된다. 아웃도어 시장에서 불던 구스 열풍이 2014년부터 침구 시장으로 확 넘어왔고, 그게 지금껏 이어지며 구스를 취급하는 침구 업체도 늘어났다. 호텔 쪽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긴 하지만 아직 수요가 그만큼 따라오지는 않고 있다. 

오앤오 스타린넨 김도엽 차장은 “폴란드 구스를 도입하는 곳이 늘어나고는 있지만, 아직 솜이나 덕을 쓰는 곳이 많다. 구스도 헝가리 구스를 많이 쓰는 편”이라고 밝혔다. 그 이유에 대해서 “호텔 방 가격이 10년 전보다도 싸진 상황에서 가격 부담이 큰 탓 아니겠느냐.”라면서 “문의는 많은데 판매까지 잘 이어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김도엽 차장은 “광주에서 관광호텔 운영하시는 분이 200개 정도의 구스다운 제품이 필요하시다고 문의하셨다. 개당 30만 원만 잡아도 6000만 원인데, 이불 하나에 이 정도 금액을 투입하기가 쉽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신규 호텔은 새로 모든 걸 갖춰야 하는 탓에 상대적으로 비용을 많이 투자한다고도 덧붙였다.

호레카 클래식스 관계자는 “호텔 측에 컨택하면 계획을 내년으로 미루자고 한다. 작년에도 그랬는데 올해 또 그러더라. 업계 경기가 안 좋으니 예산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일단 쓰던 거 그냥 쓰면 되긴 하니까 보수적으로 나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여러 업체의 말을 종합해본 결과, 호텔들은 대체로 ‘가성비’에 초점을 맞추지 새로운 트렌드 도입엔 인색했다. 유독 침구 시장만큼은 B2B가 B2C의 뒤꽁무니를 쫓는 모양새였다. 변화를 주저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호텔 입장에서 이미 활용하고 있는 제품들을 내다 버릴 수도 없는 노릇이고, 새 제품을 도입하자니 가격도 부담일 테다. 하지만 변화는 빠르든 느리든 다가올 수밖에 없다. 현재 침구 업계에서도 변화의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호텔은 숙박 공간이다. 호텔에서 경험하는 여러 편익 중에서도 가장 근간이 돼야 할 것도 편안한 잠자리다. 호텔은 고객에게 편안한 잠자리를 제공할 의무를 진다. 매년 발전하는 소재와 뒤바뀌는 트렌드에 발맞추지 못한다면 이러한 의무를 다했다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비용의 문제가 변화를 가로막는 걸림돌이 될 순 있지만, 그건 어느 산업 분야나 마찬가지다. 호텔 업계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생존엔 변화가 필요한 법이고, 출혈이 따른다. 호텔들이 과연 1~2년 뒤에도 별다른 변화 없이 까다로운 소비자들의 안목을 맞출 수 있을지 가늠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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