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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13 (수)

칼럼

[이효상의 Hotel Architectural Design Guide] 로컬 브랜드 호텔의 새로운 전환점


건축주들이 호텔을 처음 기획할 때 제일 큰 고민 중의 하나는 운영방식에 대한 의사결정이다. 인터내셔널 브랜드 체인으로 갈지 독자적인 로컬 브랜드로 운영할지 결정하기 위해 수많은 데이터와 수익성 분석 등이 이뤄진다. 인터내셔널 브랜드 체인을 선택하는 요인들은 호텔 운영에 대한 노하우 및 안정적인 시스템 제공 등이 있으며, 그 중에서도 외국 관광객들의 호텔에 대한 인지도 및 브랜드의 예약망 공유를 통해 객실이용률을 높일 수 있을 거라는 기대다. 그러나 최근 급격한 관광산업의 변화는 이러한 의사결정의 중요 요소들에 대한 신뢰에 의문을 제기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첫째, 2012년부터 폭증한 신규호텔 공급의 주요 결정요인이었던 외국 관광객 유입의 다양한 변수들을 학습을 하게 됐다는 점이다. 메르스, 사드, 환율 변화 등에 외국 관광객들의 유입이 큰 영향을 받게 됐고, 이는 2015년부터 호텔업계가 영업에 고전을 하게 된 주요 요인이기도 하다.


둘째, 국내 고객들의 호텔 이용률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관광호텔을 기준으로 내국인 연도별 객실 점유율(한국호텔업협회 운영현황 기준)을 살펴보면, 2017년까지 내국인 비율이 55%를 넘어섰다. 2018년 호캉스라는 단어가 호텔업계의 주요 키워드였음을 감안하면 작년에는 이 비율이 더 높아졌을 것이다. 국내 고객들은 상대적으로 외국 관광객들에 비해 브랜드에 대한 민감도 보다는 호텔의 프로그램 구성에 더 큰 영향을 받는 경향이 있다.



셋째, 플랫폼기반의 OTA가 호텔의 중요한 유통 채널로 자리 잡게 됐다. 호텔의 마케팅 세일즈가 OTA를 통한 개별 여행객 증가로 이어지며 상대적으로 인터내셔널 브랜드 호텔의 예약망에 대한 의존도가 줄어들고 있다.


이러한 산업구조의 변화는 호텔들에게 인터내셔널 브랜드 체인만이 정답은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 했고 시장에서 로컬 브랜드의 가능성을 보게 된 계기가 되고 있다. 인터내셔널 브랜드 호텔의 규격화된 매뉴얼(Manual)을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호텔 프로그램 및 조닝(Zoning)은 아무래도 각 나라의 지역성을 담기에는 약간 경직될 수밖에 없는 반면, 로컬 브랜드는 자신이 속한 나라, 도시, 지역의 매력과 문화를 좀 더 자유롭게 호텔 내부로 유입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최근에 건축설계를 진행하고 있는 경주에 위치한 H 호텔 리모델링 프로젝트에서 가장 고민을 많이 한 부분이 기존 호텔에 대한 환경개선과 더불어 지역의 다양한 문화적 로컬리티(Locality)를 어떻게 하면 고객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을까 하는 부분이었다. 한국인이라면 경주는 수학여행이나 가족여행, 졸업여행 등으로 한 번쯤은 가보는 곳이다. 실제 KT에서 작성한 ‘2018 경주시 유동인구 빅데이터 분석’ 자료에 따르면 관광객 90% 이상이 내국인이고 80.4%가 가족단위 여행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많은 내국인들이 경주를 찾는 것은 이 작은 도시에 마르지 않는 역사의 샘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러한 고정화된 경험들이 경주라는 도시를 조금은 올드한 곳으로 여겨지게 하는 것으로 생각됐다. 또한, 대지가 위치한 보문호의 경우 약 50만 평 규모의 인공호수로 산책로와 자전거길이 잘 단장돼 있고 봄에는 벚꽃으로 유명, 다양한 축제와 마라톤 대회 등으로 많은 관광객 및 지역민들이 유입되는 지역이다. 하지만 다양한 보문호 축제기간에 방문하는 많은 관람객들이 H 호텔 내부로 유입되는 비율은 실제로 낮은 편이였다. 이는 호텔이라는 용도 자체가 자유로이 드나들기에는 약간의 진입장벽이 있는 것 외에도 지역의 특색을 느낄 수 있는 매력적인 프로그램이 부재하기 때문으로 판단했다.


이러한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 기존 호텔 건물의 1층 한편에 위치한 All Day Dining 및 일부 부대시설에 대한 위치를 다른 층으로 이전하고, 이 공간에 문화 마켓 공간(Culture & Market Zone)을 계획했다. 호텔의 출입구를 거쳐서 이 공간에 접근하는 대신 보문호 및 외부도로에서 직접 접근이 용이하도록 공간을 재설정, 프로그램은 경주의 문화를 여유롭게 즐길 수 있는 책과 커피가 있는 문화 공간 및 Entry Fine Dining 개념으로 경주의 다양한 미식을 경험할 수 있는 Select Dining을 제안했다. 2020년 4월 리뉴얼을 끝내고 전체 호텔이 그랜드 오픈하는 시점이 마침 보문호의 벚꽃축제가 시작되는 기간인데, 이때 방문하는 관광객 및 지역민들이 기존 보문호의 자연경관과 더불어 다양한 경주 지역문화와 맛을 즐길 수 있는 문화 소비 공간을 만나기를 기대해 본다.



이효상
(주)간삼건축 호텔그룹 이사


공간적인 특성 및 전문화가 요구되는 간삼건축의 호텔설계를 전담하고 있으며 주요작품으로는 명동성당 종합계획(1단계), 홍천 블루마운틴 CC 클럽하우스, 알로프트 서울 강남,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보타닉 파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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