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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호

[정승호의 Tea Master 29] 향기롭고 우아한 향미로 세계인들의 몸과 마음을 사로잡은 우롱차 브랜드 강국, 타이완


타이완은 중국에 비하면 차의 역사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17세기에 중국 푸젠성으로부터 차의 전문기술을 적극 수용하고,

도서 국가의 환경 요소인 테루아에 맞게 고품질의 우롱차를 생산해

세계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이번 호에서는 우롱차 강국, 타이완에 대해 알아보자.


  


열강들의 침탈 속에 태동한 티의 역사

중국 본토에서 동해안으로 약 150km 지점에 위치한 조그만 섬나라 타이완. 16세기에는 서양인으로서는 포르투갈 인이 처음 발견한 뒤, ‘아름답다는 뜻으로 포르모사(Formosa)’라 불렀다.


당시 서구 열강들은 티 문화가 상류층을 상대로 급속히 퍼지기 시작하면서 중국과의 티 무역도 점차 경쟁에 불이 붙기 시작했다. 중국에서 유럽으로 가는 해상 길목에 위치한 타이완은 티 무역선들의 중요 경유지로서 떠오르면서 서구 열강들의 침탈 전쟁이 벌어진 것이다.


그로 인해 타이완은 16세기부터 포르투갈, 에스파냐, 네덜란드, 영국 등 유럽의 열강들로부터 교대로 점령됐다. 특히 17세기 네덜란드가 점령했을 무렵(1624~1662)엔 타이완 내에서도 티가 처음으로 거래되기 시작했다.


청나라와 합병으로 유입된 푸젠성의 티 문화

한편, 1662년 청나라 시대 초기 무렵, 명나라 말기 해군 장수 출신이었던 정청궁(郑成功)이 타이완을 점령했고, 1683년에는 청나라에 완전히 합병되기에 이르렀다. 이때부터 본토의 중국인들이 타이완으로 대거 이주하기 시작하면서 타이완의 티 산업계에도 완전히 새로운 변화가 일어났다. 특히 이주자들은 대부분 푸젠성 출신이었고, 그중에서도 안시현과 우이산 출신의 사람들이 다수를 이뤘다이와 함께 푸젠성의 차나무 묘목과 종자, 그리고 재배 기술들도 자연스레 유입되면서 타이완에서는 지금껏 겪어 보지 못했던 새로운 기술들이 선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차나무도 당시 중부 지역을 중심으로 타이베이, 북부 지역으로까지 보급이 확산됐고, 당시 사람들은 가족 단위로 소규모의 다원을 운영하면서 티의 생산과 문화를 점차 키워 나간 것이다. 이때부터 서양의 여러 나라들도 그동안 단순히 티 무역선의 경유지에 불과했던 타이완의 티에 눈길을 돌리면서 티 수출도 점차 성장하기 시작했다.

 

타이완에 근대적인 기술을 도입한 존 도드

타이완에서는 수출 수주가 증가하면서 차나무의 재배 기술, 가공 방식에서도 일대 변화가 일어났다. 1866년 영국의 무역상인 존 도드(John Dodd)가 타이완과 티 무역을 시작하면서 현지의 농부들에게 자본을 제공하고, 타이베이에 가공공장을 설립하면서 현지인들에게도 근대적인 티 가공 과정을 완전히 수용토록 한 것이다. 이로 인해 타이완은 고품질의 티를 자체적으로 생산해 유럽과 미국으로 대량으로 수출할 수 있게 됐다. 홍차의 나라 실론(현 스리랑카)토머스 립톤(Thomas Johnstone, 1850~1931)’이 있었다면, 타이완에는 존 도드가 있었던 것이다.


    


홍차, 녹차 산업이 쇠락하고 우롱차 산업이 떠올라

한편 16세기부터 서구 열강들의 침탈을 경험한 타이완은 1895년 서구 열강이 아닌, 동양의 일본으로부터 강제로 점령을 당했다. 이때부터 타이완에서는 일본산 녹차와의 시장 경쟁을 피하고, 유럽의 높은 홍차 수요를 맞추기 위해 홍차 산업이 강제적으로 육성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제2차 세계대전이 갑자기 종식되고 일본으로부터 해방되면서 본토의 중국인들이 들어오자, 홍차 산업은 내리막길을 걷고, 녹차 산업이 부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당시에는 녹차들이 전 세계로 수출될 정도로 녹차 산업이 성장했지만, 1970년에 들어서 막다른 길목에 몰리게 됐다. 중국이 티 생산, 수출 1위의 대국으로 급부상하면서 세계 녹차 시장이 잠식되고,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의 패망 이후 녹차를 자급자족하면서부터 더 이상 국제 시장에서 타이완의 녹차는 발을 디딜 곳이 없게 된 것이다. 급기야 타이완 정부와 티 산업계에서는 자구책의 일환으로 녹차 대신에 국민들의 사랑을 받는 우롱차 산업을 집중 육성하기로 결정하면서 타이완은 오늘날 우롱차 강국으로 새롭게 탄생했다. 오늘날 타이완을 대표하는 우롱차들은 고품질의 고산차로서 그 우아하고 호화로운 향미로 전 세계인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정승호
(사)한국티(TEA)협회 회장, 한국 티소믈리에 연구원 원장
한국티소믈리에연구원은 국내 최초의 티(TEA) 전문가 양성 교육기관 및 연구 기관이다. 한국티소믈리에연구원에서는 글로벌 시대에 맞게 외식 음료 산업의 티 전문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백차, 녹차, 우롱차, 홍차, 보이차, 허브차 등 거의 모든 분야의 티를 시음하며 향미를 감별하는 훈련과정(Tea Tasting & Cupping)과 티 산지 연수 프로그램을 국내 최초로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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